현행 선거법 및 정치자금법 주요 문제조항
선거일 180일 전부터 특정 후보 지지·반대 저작물의 인터넷 게시를 금지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 유시시(UCC·손수제작물) 운용 기준’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현행 선거법의 비현실적 조항들이 또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중 일부 조항에 대해선 의원이나 선관위가 개정안 또는 개정 의견을 내놓았지만, 국회에선 정당별 이해관계가 엇갈려 이를 검토할 정치관계법 개정특위조차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 유권자 입 묶고 여론조사 심의 등 규제 지나처
선관위 개정 의견에도 국회 힘겨루기로 ‘헛바퀴’ ■ 문제 조항 뭔가?=선거법이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받는 가장 큰 이유는 ‘선거일 전 180일부터 특정 후보 지지·반대 금지’ 조항 때문이다. 선거법의 기본은 ‘돈을 막고 입은 푸는’ 것인데, 유권자들의 자유로운 정치적 의사 교환까지 막는 것은 지나친 규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조직이나 팬클럽 등 단체의 선거운동을 제한한 것도 시대착오적이란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적지 않은 후보자들의 사조직과 팬클럽이 인터넷·보도자료·기자회견·정책 제안 등을 통해 사실상의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데, 어디까지를 합법으로 볼지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이지현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팀장은 “선거운동 제한은 과감히 풀고, 자발적인 유권자 운동단체의 활동은 허용해야 한다. 다만, 정치조직의 성격이 강한 점을 고려해 수입·지출을 규제하는 등 보완장치 마련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거일 120일 전부터만 후보자의 언론 대담·토론회를 할 수 있도록 한 규정 역시 ‘위법’을 조장하는 조항으로 꼽힌다. 후보 스스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정책과 의견을 밝히는 것은 중요한 선거 정보이므로, 보도의 공정성 강화 장치를 마련해야지 기회 자체를 막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예비후보자 단계에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을 후보 본인과 그 배우자로만 규정한 것도 비현실적이다. 이명박·박근혜 한나라당 경선 후보만 봐도 선거 캠프에만 공식적으로 100여명의 인원이 활동하고 있다. 당내 경선 후보자에게만 후원금을 걷을 수 있게 한 조항은 무소속 후보가 정치자금을 마련하는 길을 원천봉쇄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는다. ■ 국회 정개특위 구성도 못해=중앙선관위는 이런 상황을 고려해 △후보자의 언론 대담 상시 허용 △인터넷상의 단순 지지·반대 의견 개진 허용 △예비후보자의 선거운동을 선거사무 관계자로까지 확대 △대통령 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에게 후원회 허용 등을 뼈대로 하는 선거법 개정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국회는 아직 정치관계법 개정특위(정개특위)조차 구성하지 못했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중도개혁통합신당은 지난 18일 원내수석부대표 회담에서 위원 23명으로 특위를 구성하는 데는 합의했으나, 위원장 자리를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6월 임시국회는 9월 정기국회가 열리기 이전의 마지막 임시국회다. 9월 국회는 대선을 코앞에 두고 어수선할 것이므로, 6월 임시국회에서 선거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연내 개정이 쉽지 않으리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강력한 권한을 가진 정개특위를 즉시 구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명박 후보 캠프의 박형준 대변인은 “국회 행정자치위든 정개특위든 빨리 기준을 마련해줘야 제대로 경선을 치를 수 있지 않겠느냐. 캠프의 홍보비나 사무실 운영경비 처리, 공개 기준도 없어 실무 진행에 어려움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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