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때 경부운하 검토했다 폐기?
지난 28일 열린 한나라당 제4차 정책토론회에서, 경부운하를 박정희·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에도 검토했다가 폐기했다는 주장이 나와 사실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근혜 경선 후보는 토론회에서 “(운하는) 이미 아버지(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이나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에도 검토했다가 폐기된 정책이고, 전문가들도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 후보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살아계셨다면 운하를 찬성했을 것”이라고 말한 데 대한 응수였다. 박 전 대통령은 운하 구상을 진작 폐기했으니, 이 후보의 경부운하 건설을 박 전 대통령의 경부고속도로 건설에 비유하지 말라는 뜻이다.
1970년대 초반부터 정부 산하 중앙도시계획위원을 지낸 손정목 서울시립대 명예교수의 말을 들어보면, 박 전 대통령 때 검토했다 접은 운하는 경부운하가 아니라 경인운하였다. 손 교수는 “이승만 전 대통령 때부터 박 전 대통령 때까지 20년 가까이, 인천~서울간 화물을 실어나르는 경인운하를 건설하자는 주장이 계속됐다”며 “박 전 대통령이 건설부(현 건설교통부)에 경인운하를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려 아주 구체적으로 검토해본 결과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이 나와 착공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후보 캠프 쪽에선 29일 박 전 대통령이 경부운하는 아니지만, 한강을 활용한 운하 건설을 검토했다고 밝혔다. 김재원 대변인은 “남덕우씨가 부총리 때인가, 총리 때인가에 박정희 전 대통령이 강원도의 목재와 석탄을 강으로 운반할 수 있느냐고 해서 남한강·북한강 쪽에 운하 검토를 지시해 연구를 했다. 그러나 낙차가 너무 커 갑문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해서 안하기로 결정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엔, 이명박 후보가 운하를 제기해서 수자원공사 등에서 연구한 결과 수익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결론이 난 점을 가리킨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후보 캠프의 박승환 한반도대운하추진단장은 “박 전 대통령이 운하를 추진했다는 구체적인 근거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경인운하를 검토했던 1970년대와 지금은 경제발전 등 조건이 너무 달라졌고, 최근엔 비용편익비율(B/C)이 1.7로 나왔기 때문에 당시 수익성이 없다는 판단을 지금 적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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