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택·함승희 양진영으로…김덕룡·정몽준 행보 관심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을 한 달여 남겨두고 이명박·박근혜 두 후보 진영의 막바지 세불리기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한물간 거물급 중진에서부터 당 밖의 소장 인사에 이르기까지 마구잡이 영입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
가장 관심을 끄는 인물 중 하나는 김덕룡 의원이다. 김 의원은 완충지대 역할을 하겠다며 아직 뚜렷한 태도를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김 의원은 최근 “밖에서 던지는 돌보다 우리 내부에서 던지는 돌이 더 아프다”며 검증 공방의 과열 양상을 경계해, 이 후보 쪽에 기운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박종웅·이신범 전 의원 등 민주계 인사들을 대거 영입한 이 후보 쪽에선 김 의원도 곧 지지를 표명하지 않겠느냐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정몽준 의원의 행보도 관심거리다. 정 의원에 대해선 박근혜 후보 쪽이 더 적극적이다. 박 후보와 초등학교 동창으로 가까운 사이고, 두 사람의 아버지가 나란히 70년대 개발시대를 선도했다는 점에서 공통 분모가 많기 때문이다. 2002년 대선 때 정 의원의 대변인을 지낸 김행씨가 박 후보 진영에서 활동하는 등 다리 구실을 할 이들도 여럿 있다며 박 후보 쪽은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이명박 후보 쪽에선 정 의원을 적극적인 영입 대상으로 고려하기보다는, 적어도 섭섭한 사이가 아닌 ‘우군’의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명박 후보 쪽은 다음주께 이기택 전 민주당 대표에 이어 참여정부 초대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낸 윤진식 산업대 총장, 황영기 전 우리은행장 등의 지지 선언을 끌어낼 예정이다. 이에 맞서 박 후보 캠프는 여권 출신의 함승희 전 의원을 끌어들였다. 1993년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 수사로 일약 스타 검사로 떠오른 함승희 전 민주당 의원은 13일 “도덕성과 청렴성이 뛰어나 상대적으로 흠을 덜 잡히고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후보가 대선에 나가야 한다”며 박근혜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당내에선 서로 정치행로가 달랐던 인물들에 대한 무차별적 러브콜에 비판적 의견도 일고 있다. 이름을 알리지 말아달라는 한 초선 의원은 “경선을 위한 세과시 보다는 본선에 도움이 될 것인가를 살펴봐야 한다”며 “국민들의 눈에 신선하고 충격적이고 감동적인 영입으로 비치지 않는다면, 정치 희화화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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