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에서 박근혜 후보는 차분한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자기 주장을 펼 때는 완강하고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스스로 부당한 의혹이라고 생각되면 목소리를 높였다가도, 이내 부드러운 어조로 말을 끝맺었다. ‘생중계되는 방송에서 발끈하는 모습을 보여선 안된다’는 주변의 충고를 의식한 듯한 모습이 역력했다.
가장 관심을 모은 고 최태민 목사 관련 대목에 이르자 박 후보는 한층 방어의 강도를 높였다. 그는 “기왕 얘기가 나왔으니 말하겠다. (최 목사와의 사이에) 애가 있다고 하는데, 있다면 애를 데리고 와도 좋다. 디엔에이(DNA) 검사도 해주겠다”며 역공에 나섰다. 분을 참느라 말을 이을 때마다 입술을 꼭꼭 깨물기도 했다.
최태민 목사 대목에 이르러 긴장이 높아졌던 청문회장은 검증위원인 보광 스님이 “최 목사가 ‘현몽설(자신의 꿈에 고 육영수씨가 나와 딸을 도와달라고 했다는 것)’이란 걸 내세웠다는데, 최 목사 문제는 전생의 업이니 전생설을 받아들여라”고 말하면서 잠시 누그러졌다.
박 후보는 ‘독신인데 일반 가정을 이해할 수 있겠나,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아이 낳으라는 말을 할 수 있겠나’라는 네티즌 질문에 “사실 저도 결혼을 하고 싶었다. 좋은 짝을 만나 가정을 꾸리고 아기도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사람의 운명이라는 게 생각지 않게 딴 방향으로 가는 때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결혼은 하는 사람도 있고 못 하는 사람도 있다. 결혼 안했기 때문에 가정생활을 이해 못한다는 얘기는 편견이고 모독이 될 수 있다”고 맞받아쳤다.
그는 ‘법명도 받고 기독교 모임서 찬송가를 피아노로 연주하기도 했는데, 종교가 뭐냐’는 질문엔 “가톨릭 학교에 다니며 세례를 받았고, 성당도 다녔다. 할머니와 어머니의 영향도 받아 절에도 다녔다”며 “제가 어머니 대역을 맡은 이후엔 어느 한 곳에 특별히 다니지 않았다. 어느 한 곳에 가면 다른 분들이 서운한 마음을 갖더라”고 말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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