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토론회만 참가…횟수 줄이고 맞장토론”
‘할수록 손해, 비난 받더라도…’ 판단한 듯
박근혜쪽 “이미 양보…나머진 후보 아니냐”
‘할수록 손해, 비난 받더라도…’ 판단한 듯
박근혜쪽 “이미 양보…나머진 후보 아니냐”
이명박 한나라당 경선후보가 텔레비전 토론회에 조건부 불참 뜻을 밝히면서 다른 후보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이 후보 쪽은 토론회 일정과 방식을 다시 조율하는 것을 전제로 21일 제주에서 열리는 첫 텔레비전 토론회엔 참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근혜 후보 쪽은 “토론회 일정을 변경하는 것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지난 5월 경선룰을 둘러싼 공방 때처럼 두 후보가 팽팽히 맞설 경우, 앞으로 남은 3차례의 텔레비전 토론회는 성사 가능성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당 경선관리위원회의 최구식 대변인은 20일 기자회견을 열어 “일단 제주 토론회는 이 후보를 포함해 모든 후보들이 참석하기로 했으며, 박관용 경선관리위원장 등이 이 후보 진영을 직접 접촉해 진의를 파악한 뒤 23일 회의에서 토론회 일정과 횟수, 방식 등을 다시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후보 쪽은 △5명의 주자가 모두 참여하는 합동토론회는 한 번만 열고 나머지 토론회는 횟수와 상관 없이 이명박·박근혜 두 후보의 ‘맞짱토론’으로 하며 △8월11일까지 모든 토론회를 마치고 △정책주제별로 토론을 하되 후보의 네거티브 발언에 대해선 본인을 직접 제재해야 한다는 것을 토론회 참석의 조건으로 제시했다. 이 후보 쪽의 장광근 대변인은 “4차례의 텔레비전 토론회 일정은 후보에게 너무 혹독한 스케줄이라서 경선의 효율성을 위해 일정을 줄이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 후보 쪽이 여론의 비판이 예상되는 텔레비전 토론을 거부하고 나온 데는 최근 지지율 회복으로 이미 승기를 굳혔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생중계로 방송된 4차례의 정책비전토론회와 검증청문회에서 이 후보가 애초 기대와 달리 선전하지 못하면서, 약속을 어겼다는 비난을 받더라도 차라리 불참하는 것이 더 낫겠다는 판단을 했음직도 하다.
하지만 박근혜 후보 쪽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박 후보 쪽 김무성 의원은 이날 “경선관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회의에서 합동토론회를 5번 하기로 했으나, 이 후보 쪽 이의제기로 이달 9일 회의에서 4번으로 줄였다”며 “이미 (우리는) 양보하고 수용했는데 또 이것을 바꿔달라는 것은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박 두 후보 뿐 아니라 다른 세 명의 주자들도 있는데 이들은 한나라당 후보가 아니냐”고 비판했다.
홍준표 의원실의 나경범 보좌관도 “이 후보 쪽은 토론을 하면 할수록 불리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1위 후보인 자신을 빼놓고 토론회를 할 배짱이 있겠냐는 오만함이 깔려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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