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한나라당 경선후보가 지난 19일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검증 청문회에서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이 나오자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91년 걸프전 때 직원 잔류시켰나” 물음에
“제가 다 내보냈다” 82년 이라크전 때로 대답
준비 못한 질문엔 “일해 본 사람이 알아” 이명박 한나라당 경선후보가 현대건설 회장 재직때인 1991년 1월, 걸프전 발발로 위험했던 이라크에 직원들을 잔류시킨 것 아니냐는 박근혜 후보의 공격에 “대표인 제가 (이라크에) 들어가서 직원들을 다 내보냈다”고 말했지만, 이는 전형적인 동문서답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 후보는 이전에도 자신에게 불리한 질문에는 엉뚱한 답변으로 위기를 모면하곤 했다. 박 후보는 지난 21일 제주 지역 방송토론회에서 최근 아프가니스탄 인질 억류 사태와 관련해 “‘1991년 1월’ 이라크 전쟁 위험이 고조되면서 다른 나라 근로자들은 다 철수했는데, 현대건설은 오히려 현장을 지키라는 지시를 받아 결국 근로자들이 택시 탈출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잘못 알고 계신 것 같다. ‘이라크 전쟁 때’ 매우 긴박해 근로자 전원을 철수시켰고, 직원들은 대표인 제가 들어가 다 내보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 후보가 이야기한 것은 걸프전이 아닌, ‘1982년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상황이다. 박형준 대변인은 이에 대해 “이 후보는 1982년 일을 물어본 줄 알고 그렇게 대답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박 후보는 질문에 ‘1991년 1월’이라고까지 언급했다. 91년 당시, 국내외 다른 건설회사들은 모두 철수했지만, 현대건설 직원(22명)들만 전쟁 뒤에도 이라크를 빠져나오지 못했다. 이 때문에 당시 현대건설이 전쟁 뒤 복구사업에 먼저 참가하기 위해 직원 잔류를 종용했다는 비판도 있었다. 이 후보는 그동안 자신이 미처 준비하지 못한 질문에는 “일해 본 사람이 안다”, “내가 전문가”라는 등 전문경영인(CEO) 출신답지 않은 추상적인 답변으로 일관해왔다. 지난달 열린 정책비전대회에서 한강 하구에 나들섬을 만들겠다는 이 후보의 공약을 놓고 홍준표 후보가 “바로 그 자리에 조력발전소가 설치되는 걸 아느냐”고 묻자, 이 후보는 “위치가 다르다”고만 말할 뿐,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설명없이 “그건(건설은) 내가 전공”이라는 말로 얼버무렸다. 또 정책토론회에서도 고진화 당시 후보가 “복지예산 20조원을 어떻게 만드느냐”는 물음에 서울시장 시절, 5조원 부채 중 3조원 갚은 이야기만 계속 했다. 고 후보가 “구체적으로 말해달라”고 채근했지만, “효과적으로 예산쓰면 20조원 절감 쉽게 할 수 있다”, “해보지 않으면 못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 후보는 급기야 고 후보로부터 “어디가서 강연하면 몰라도 국정 운영하겠다는 사람이 두루뭉실하게 말하는 건 말이 안된다”는 핀잔까지 들어야 했다. 이 후보는 지난 19일 검증청문회에서도 “만일 도곡동 땅이 이 후보 땅으로 밝혀지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물음에 초점을 벗어나 “도곡동땅은 (김재정씨가) 검찰 조사를 받는 게 아니라, 고발을 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비비케이(BBK) 투자자 17명 대부분이 (이 후보와) 고려대 동문이라며, “우연의 일치가 너무 많다”는 질문에는 “고대 나온 사람이 범죄 저지르면 이명박과 관련 있나”는 말로 핵심을 비켜갔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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