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박근혜 후보 연설문의 핵심내용
까칠해진 ‘말싸움’ 승자없이 파열음만
이명박 ‘과거 한 일’만 강조…해명없어 무책임한 인상
박근혜 ‘단호한’ 이미지…‘도덕성=경제’ 완성도 미흡
홍준표 기지 순발력 강점…선두 두 후보 심판자 노릇
원희룡 ‘젊은 후보’ 차별화…다양한 주제 설득력 약해 지난 22일 시작한 한나라당의 합동연설회가 제주·부산·울산을 거쳐 중반부로 접어들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후보들의 연설 수위는 높아진다. 경선에서 ‘말’이 주요한 무기라면, 유세장은 그 경쟁자들의 말이 뜨겁게 맞붙는 현장이다. 각 후보들은 유세에서 자신의 메시지를 어떤 말에 실어 전달했고, 그것은 어느 정도 효과를 거뒀을까. ■ 이명박 후보의 첫번째 키워드는 ‘일’이다. 이준한 교수(인천대 정치외교학과)는 “이 후보가 연설에서 과거에 일했던 얘기를 하면 정말 일을 많이 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나 “과거의 일은 또렷이 부각시킨 반면, 앞으로 어떤 일을 할지 구체적인 비전은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정치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한 김무곤 교수(동국대 신문방송학과)는 “‘일할 줄 안다’라는 얘기는 자기의 가장 큰 장점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서 효과적인 전략”이라면서도 “막상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보면 피상적이라는 생각이 들고, 일반 사람들의 삶에 어떻게 연결되는가를 짚지 못했다”고 평했다. 검증을 ‘정치공작’으로 곧바로 환원시킨 것도 이 후보 연설의 특징이다. 강원택 교수(숭실대 정치외교학과)는 이를 1위 후보로서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전략이라고 짚었다. “‘내가 아니면 정권교체가 안된다’→‘이명박을 죽이려는 것은 정권교체를 막기 위한 것이다’로 연결시키면서, 네거티브 캠페인을 반박하는 명분을 쌓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으론, 의혹에 대한 해명 없이 회피해 무책임하다는 인상을 남겼다는 비판도 나온다. ■ 박근혜 후보는 자신이 자주 거론하는 마거릿 대처처럼 단호하고 강한 언어를 구사한다. 김무곤 교수는 “본래는 ‘촌아줌마’ 이미지를 가졌던 대처를 ‘철의 여인’으로 만들려고 영국 보수당 차원의 태스크포스가 만들어져 발성·옷차림 등을 지도했다”며 “그에 비하면 박 후보는 처음부터 브랜드가 강하기 때문에 ‘단호한’ 이미지로 변신하는 게 훨씬 쉽다”고 짚었다. 다른 후보들과 달리 경쟁 후보를 직접적인 표적으로 삼은 점도 두드러진다. 박 후보는 이 후보를 향해 “흠있는 불안한 후보”라고 공격하거나 “기업 했다고 나라 경제 살리는 것은 아니다”라고 비난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도덕적인 대통령이 경제 살릴 수 있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한다. 고원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은 “경제를 ‘어떻게’ 살릴 수 있다는 것인지 설명이 없으며, 도덕성과 경제를 연결시키는 것은 완성도가 떨어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홍준표 후보의 강점은 기지와 순발력이다. 때론 이-박 두 후보 사이에서 ‘심판’ 역할을 한다. 그러나 그 솔직한 직설법 이면엔 이-박 두 후보를 깎아내리며 자신을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 강원택 교수는 “홍 후보의 연설은 이-박 두 사람의 비방공세를 제3자 입장에서 말리는 듯 하면서도 두 후보가 서로 지적하는 약점을 다시 확인시켜 자연스럽게 비판의 대상으로 만든다”고 밝혔다. ■ 원희룡 후보는 ‘젊은 후보’를 강조하는 게 눈에 띈다. 연설마다 매번 같은 내용을 반복하는 이-박 두 후보와 달리, 지역마다 안보, 교육, 서민, 비정규직 등을 거론하며 차별화된 메시지를 던지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평을 듣기도 한다. 이유주현 황준범 기자 edigna@hani.co.kr
박근혜 ‘단호한’ 이미지…‘도덕성=경제’ 완성도 미흡
홍준표 기지 순발력 강점…선두 두 후보 심판자 노릇
원희룡 ‘젊은 후보’ 차별화…다양한 주제 설득력 약해 지난 22일 시작한 한나라당의 합동연설회가 제주·부산·울산을 거쳐 중반부로 접어들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후보들의 연설 수위는 높아진다. 경선에서 ‘말’이 주요한 무기라면, 유세장은 그 경쟁자들의 말이 뜨겁게 맞붙는 현장이다. 각 후보들은 유세에서 자신의 메시지를 어떤 말에 실어 전달했고, 그것은 어느 정도 효과를 거뒀을까. ■ 이명박 후보의 첫번째 키워드는 ‘일’이다. 이준한 교수(인천대 정치외교학과)는 “이 후보가 연설에서 과거에 일했던 얘기를 하면 정말 일을 많이 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나 “과거의 일은 또렷이 부각시킨 반면, 앞으로 어떤 일을 할지 구체적인 비전은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정치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한 김무곤 교수(동국대 신문방송학과)는 “‘일할 줄 안다’라는 얘기는 자기의 가장 큰 장점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서 효과적인 전략”이라면서도 “막상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보면 피상적이라는 생각이 들고, 일반 사람들의 삶에 어떻게 연결되는가를 짚지 못했다”고 평했다. 검증을 ‘정치공작’으로 곧바로 환원시킨 것도 이 후보 연설의 특징이다. 강원택 교수(숭실대 정치외교학과)는 이를 1위 후보로서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전략이라고 짚었다. “‘내가 아니면 정권교체가 안된다’→‘이명박을 죽이려는 것은 정권교체를 막기 위한 것이다’로 연결시키면서, 네거티브 캠페인을 반박하는 명분을 쌓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으론, 의혹에 대한 해명 없이 회피해 무책임하다는 인상을 남겼다는 비판도 나온다. ■ 박근혜 후보는 자신이 자주 거론하는 마거릿 대처처럼 단호하고 강한 언어를 구사한다. 김무곤 교수는 “본래는 ‘촌아줌마’ 이미지를 가졌던 대처를 ‘철의 여인’으로 만들려고 영국 보수당 차원의 태스크포스가 만들어져 발성·옷차림 등을 지도했다”며 “그에 비하면 박 후보는 처음부터 브랜드가 강하기 때문에 ‘단호한’ 이미지로 변신하는 게 훨씬 쉽다”고 짚었다. 다른 후보들과 달리 경쟁 후보를 직접적인 표적으로 삼은 점도 두드러진다. 박 후보는 이 후보를 향해 “흠있는 불안한 후보”라고 공격하거나 “기업 했다고 나라 경제 살리는 것은 아니다”라고 비난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도덕적인 대통령이 경제 살릴 수 있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한다. 고원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은 “경제를 ‘어떻게’ 살릴 수 있다는 것인지 설명이 없으며, 도덕성과 경제를 연결시키는 것은 완성도가 떨어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홍준표 후보의 강점은 기지와 순발력이다. 때론 이-박 두 후보 사이에서 ‘심판’ 역할을 한다. 그러나 그 솔직한 직설법 이면엔 이-박 두 후보를 깎아내리며 자신을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 강원택 교수는 “홍 후보의 연설은 이-박 두 사람의 비방공세를 제3자 입장에서 말리는 듯 하면서도 두 후보가 서로 지적하는 약점을 다시 확인시켜 자연스럽게 비판의 대상으로 만든다”고 밝혔다. ■ 원희룡 후보는 ‘젊은 후보’를 강조하는 게 눈에 띈다. 연설마다 매번 같은 내용을 반복하는 이-박 두 후보와 달리, 지역마다 안보, 교육, 서민, 비정규직 등을 거론하며 차별화된 메시지를 던지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평을 듣기도 한다. 이유주현 황준범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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