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세 청와대 수석, 동교동 찾아 경과 설명
김대중 전 대통령은 8일 2차 남북정상회담 소식을 듣고, 묵은 체증을 푼 듯 모처럼 함박웃음을 지었다.
김 전 대통령은 청와대의 공식 발표 직전인 이날 오전 9시 동교동 자택을 찾아온 윤병세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으로부터 남북정상회담의 추진 경과를 전해 들었다. 김 전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이 합의된 것을 크게 환영한다. 한반도 평화와 남북 교류협력에 큰 진전이 있기를 바란다”며 무척 기뻐했다고 최경환 비서관이 전했다.
윤 수석은 “2차 남북정상회담은 6·15 남북정상회담에서 밑거름과 토대를 만들어준 덕분”이라고 말했고, 김 전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이 모든 일들을 성공적으로 이룩하길 바란다. 큰 성과가 있기 바란다”고 거듭 격려했다고 한다. 앞서, 문재인 비서실장은 동교동의 박지원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남북정상회담 합의 소식을 별도로 전했다.
김 전 대통령의 ‘감회’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김 전 대통령은 북한 핵 실험 이후 전면에 나서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강조하고, 2차 남북정상회담을 촉구해 왔다. 그는 강연이나 언론 인터뷰 때마다 “정상회담은 정권마다 해야 한다”며 남북정상회담의 정례화를 강조했고, 올해 안에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정상회담을 이어가려는 간절한 소망이 성사된 셈이다.
김 전 대통령은 윤 수석에게 “노 대통령이 몸살이 있다던데 괜찮으시냐”며 안부를 묻기도 했으나,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날 김 전 대통령 쪽에는 국·내외 언론의 인터뷰 요청이 빗발쳤으나, 짧은 환영 논평 말고는 언급을 삼갔다. 박지원 비서실장은 기자들과 만나 “오늘은 좋은 날”이라면서도 질문에는 입을 닫았다. 최경환 비서관은 “오늘은 청와대와 정부가 국민들에게 설명을 하는 날 아니냐”며 “조언이 필요하다면 차차 말할 기회가 있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2000년 6·15 정상회담에서는 ‘주역’이었지만, 이번은 ‘조연’으로 조용히 물러나 있겠다는 자세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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