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봉고 온딤바 가봉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12일 예정된 만해평화상 특별상 수상 위해 방한
75년 방문 당시 기아차, 승합차에 ‘봉고’ 이름 붙여
75년 방문 당시 기아차, 승합차에 ‘봉고’ 이름 붙여
오마르 봉고 온딤바 가봉공화국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환담하고 오찬을 함께 했다.
9일 한국을 찾은 봉고 대통령의 방문 목적은 12일로 예정된 만해평화상 특별상 수상 때문이다. 주최 쪽은 “봉고 대통령이 1990년부터 다당제 민주헌법을 도입하고 공명선거를 통해 점진적 민주화를 정착시킴으로서 정정이 불안정하고 쿠데타가 끊이지 않는 주변국가들의 모범이 됐다”고 선정 이유를 밝히고 있다.
노 대통령은 아프간 인질사태 해결과 남북정상회담 준비로 눈코뜰새 없지만, ‘환담’과 ‘오찬’이라는 형식으로 2시간 가까이 봉고 대통령을 환대했다. 봉고 대통령이 한국과 인연이 남다른 때문이다.
그는 지난 1975년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초청으로 처음 방한했다. 아프리카 서부 적도 아래쪽에 위치한 가봉공화국은 1960년 프랑스로부터 독립했지만, 신생독립국들이 비동맹 친북노선을 강화하는 냉전시대에 가봉은 한국에 남다른 가치가 있었다. 특히 62년 아프리카 국가 중 한국과 최초로 수교한 가봉이 74년 북한과 외교관계를 시작하자 유신정권은 비상이 걸렸다.
결국 치열한 외교전을 통해 75년 7월 봉고 대통령을 국빈초청하는 데 성공한 정부는 김종필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한 ‘국빈영접 방한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수십만명의 국민들을 김포공항에서 광화문에 이르는 길가에 동원해 열렬히 환영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경복궁 경회루에서 3부요인과 야당지도자들 모두 불러모아 성대한 환영리셉션을 열고, 침술치료, 보약제조는 물론 가봉에 한의사까지 파견하는 등 극진하게 대접했다. 당시 기아자동차는 신형 승합차를 출시하면서 ‘봉고’라는 이름을 붙여, 봉고 대통령의 존재를 전 국민에게 인식시켰다. 환대에 감동받은 봉고 대통령은 3박4일 순방일정을 마치고 일본으로 떠났다가, 다시 한국에 돌아와 몇시간을 더 머물렀다.
봉고 대통령은 이후 10년 주기로 한국을 찾았다. 1982년 전두환 대통령의 가봉 방문에 대한 답방 형식으로 84년 9월 방한했고, 김영삼 대통령 시절인 96년 8월 한 차례 더 방문했다.
네번째 한국을 찾은 봉고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과 청와대 오찬에서 한국과의 협력관계 부진을 지적하며 우리 기업의 가봉 투자를 적극 요청했다. 그는 “첫 한국 방문은 박정희 대통령 초청이었고, 당시 한국과 협력을 희망했다. 내 이름이 한국의 한 미니버스에 붙여지기도 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후 한국과의 관계는 부진한 것 같다”며 “수십년이 지난 오늘 한국의 기업이 다시 가봉에 투자하기를 희망한다. 도로, 공항, 교량 건설과 자연을 중시하는 관광개발에 한국 기업이 참여해 달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는 67년 가봉 대통령에 오른 뒤 40년째 가봉의 국가원수로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72살인 그는 이미 2012년 대선 재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만해대상은 만해사상실천선양회가 1997년부터 매년 8월 강원도 인제군 백담사 만해마을에서 여는 만해축전 때 주는 상이다. 지금까지 만해대상 평화부문 상은 김순권 경북대 교수, 스티븐 린튼 유진벨재단 이사장,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 강원용 목사, 김대중 전 대통령,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 티베트 망명정부 지도자 달라이 라마, 김지하 시인 등이 받았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만해대상은 만해사상실천선양회가 1997년부터 매년 8월 강원도 인제군 백담사 만해마을에서 여는 만해축전 때 주는 상이다. 지금까지 만해대상 평화부문 상은 김순권 경북대 교수, 스티븐 린튼 유진벨재단 이사장,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 강원용 목사, 김대중 전 대통령,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 티베트 망명정부 지도자 달라이 라마, 김지하 시인 등이 받았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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