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박근혜 ‘도곡동땅’ 공방 격화
‘도곡동 땅’ 차명 의혹에 대한 검찰 발표와 관련해, 박근혜 한나라당 경선후보 쪽은 14일 이명박 후보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이 후보 쪽은 정상명 검찰총장 사퇴를 요구하면서 동시에 박 후보 쪽을 강하게 비난하는 등 ‘도곡동 땅’을 둘러싼 양쪽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박근혜 후보 진영의 홍사덕 선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확대선거대책회의 뒤, “정권 교체의 꿈이 무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명박 후보는 용퇴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후보 사퇴를 요구했다. 이혜훈 캠프 대변인도 “도곡동 땅, 비비케이(BBK), 희망세상21 산악회 등 인신구속이 가능한 이 3대 게이트만으로도 본선의 벽을 넘을 수 없다”며 “나라와 민족을 위해 또 당을 위해 (이 후보가) 결연히 사퇴할 때다”라고 공격했다.
이명박 후보 진영은 검찰의 중간수사 발표를 ‘공작정치’라고 주장하면서 정상명 검찰총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 후보 진영의 이재오 최고위원은 이날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치검찰의 ‘이명박 죽이기’와 ‘특정 후보 지원하기’에 대해 응분의 책임을 묻겠다. 검찰총장 탄핵을 포함해 모든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이명박-박근혜 두 후보는 이날 대구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12차 합동연설회에서 이 문제를 놓고 정면으로 맞붙었다. 박근혜 후보는 “만에 하나 그 후보(이명박)가 후보로 확정되고 도곡동 실제 땅주인과 비비케이의 실제 주인이 우려한 대로 밝혀지면 그때 가서 땅을 치고 후회한들 무슨 소용인가. 매일 의혹이 터지고 매일 그게 아니라고 변명해야 할 후보로 과연 대선을 이길 수 있겠는가”라고 당원들의 불안심리를 자극했다.
이 후보는 이에 맞서 “정동기 대검 차장이 직접 (도곡동 땅이) ‘이명박과 관계가 없음을 확인한다’고 얘기했다”며 차명보유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또 검찰을 향해 “역사적인 순간에 어설프게 끼어들면 국민으로부터 큰 저항을 받을 것”이라며 “저도 용납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이 후보는 또 “노무현 정권이 이명박을 후보로 만들지 않으려는 음모에 국정원과 국세청까지 동원했지만 나는 눈도 깜짝 않는다”며 “어떤 음해와 공작도 다 물리치고 정권 교체를 반드시 이루겠다”고 말했다.
대구 연설회가 끝난 뒤 박 후보 지지자들이 ‘엠비(이명박 후보의 애칭)는 순진한 국민을 속이지 말라’, ‘이명박 자수하여 한나라당 지켜내자’라고 적힌 피켓과 펼침막을 펴들자, 이 후보 지지자들이 달려들어 이를 빼앗느라 한때 격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대구/성연철, 권태호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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