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후보 등 한나라당 경선후보들(오른쪽)과 당 지도부(왼쪽)가 20일 오후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발표나자 ‘어수선’…박근혜 연설로 진정
박후보 지지자 일부 “강탈당했다” 시위
박후보 지지자 일부 “강탈당했다” 시위
전당대회 술렁
무대 위로 떨어지는 금색 꽃종이 아래서 이명박 후보는 두 팔을 번쩍 치켜들었다. “이명박!” “이명박!” 환호성이 가득했다. 박근혜 후보는 환하게 웃으며 그와 악수를 했다.
방청석에서 몇몇 대의원들이 “원천 무효”라고 외쳤지만, 곧 “이명박”을 외치는 소리에 묻혔다. 장내 질서가 흐트러지고 어수선해졌다. 이 후보는 얼얼한 표정으로 수락연설을 했다. “저를 지지했던 분이든, 지지하지 않았던 분이든, 저는 모두 사랑합니다. 모두 하나가 되어 정권을 창출합시다.”
박근혜 후보의 인사말은 소란스러웠던 분위기를 잠재웠다. 박 후보는 “경선 패배를 인정한다. 경선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한다”고 또박또박 말했다. 이명박 후보에게 축하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경선 과정의 모든 일들을 이제 잊어버립시다. 하루아침에 잊을 수 없다면 며칠 몇 날이 걸려도 잊읍시다. 저와 함께 당의 화합을 위해 노력하고, 여러분의 열정을 정권 교체에 쏟아주시길 당부합니다.” 원희룡 후보는 이런 박 후보를 두고 “코끝이 찡해지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대인, 큰사람의 모습에 진심으로 존경과 위로를 드린다”고 말했다. 무대 중앙에는 ‘뭉쳐야 난다’고 적힌 대형 펼침막이 나부끼고 있었다.
20일 오후 4시15분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박관용 경선관리위원장은 “이명박 후보가 한나라당 17대 대통령선거 후보로 선출됐다”고 선포했다. 예정된 발표 시각보다 15분 이른 시각이었다.
대의원들 대부분은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했으나, 박 후보 지지자들은 자리를 뜨거나 주저앉아 침묵했다. 득표율 격차 1.5%포인트의 초박빙 승부인데다, 선거인단 투표에서는 박 후보가 이 후보를 앞섰다는 소식에 이들은 허탈한 가슴을 어루만져야 했다. 몇몇 지지자들은 “그럴 리 없다”며 믿지 않으려 했다. 대구에서 올라왔다는 한 60대 남성은 “난 승복할 수 없다. 도대체 여론조사는 왜 하느냐”며 화를 냈다. 여유 있는 승리를 기대했던 이 후보 지지자들은 “황천에 갔다 왔다”, “큰일날 뻔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한나라당 경선] 이명박 선출, 박근혜 “백의종군”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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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선 결과는 발표 전부터 어느 정도 예상됐다. 낮 12시10분 시작된 개표가 거의 마무리 단계로 들어선 오후 2시30분께 전당대회장 안팎에는 “이명박이 이겼다”는 얘기가 돌기 시작했다. 오후 3시께 이 후보가 1~2%포인트 차이로 겨우 이겼다는 구체적 수치까지 나돌면서, 행사장 분위기가 어수선해지기 시작했다. 박 후보 지지자 일부는 방청석에서 ‘원천 무효’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시위’했다. 이날 한나라당 전당대회는 ‘누가 될 것이냐’는 기대감과 ‘경선 뒤 화합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뒤섞인 자리였으나, 후보들이 거듭 ‘화합’을 다짐하면서 큰 무리 없이 마무리됐다. 개표 결과 발표를 앞두고 마련된 ‘화합의 토크 한마당’에서 박 후보는 “이명박 후보의 추진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경선이 격정적이고 치열했던 만큼 강한 화합을 가져올 것이라고 믿는다. 네 후보는 단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후보들은 경선 결과에 승복하고 화합을 다짐한다는 뜻에서 손도장(핸드프린팅)을 찍기도 했다. 그러나 전당대회가 끝난 뒤에도 ‘여진’은 계속 됐다. ‘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박사모) 회원 등 100여명은 무대에서 ‘투표는 승리하고 여론 조작에 강탈 당했다’, ‘세계 유일 부정선거, 이명박은 물러가라’ 등의 글이 적힌 펼침막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일부는 이날 저녁 여의도 당사로 몰려와 “경선 무효”라고 외쳤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경선 결과는 발표 전부터 어느 정도 예상됐다. 낮 12시10분 시작된 개표가 거의 마무리 단계로 들어선 오후 2시30분께 전당대회장 안팎에는 “이명박이 이겼다”는 얘기가 돌기 시작했다. 오후 3시께 이 후보가 1~2%포인트 차이로 겨우 이겼다는 구체적 수치까지 나돌면서, 행사장 분위기가 어수선해지기 시작했다. 박 후보 지지자 일부는 방청석에서 ‘원천 무효’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시위’했다. 이날 한나라당 전당대회는 ‘누가 될 것이냐’는 기대감과 ‘경선 뒤 화합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뒤섞인 자리였으나, 후보들이 거듭 ‘화합’을 다짐하면서 큰 무리 없이 마무리됐다. 개표 결과 발표를 앞두고 마련된 ‘화합의 토크 한마당’에서 박 후보는 “이명박 후보의 추진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경선이 격정적이고 치열했던 만큼 강한 화합을 가져올 것이라고 믿는다. 네 후보는 단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후보들은 경선 결과에 승복하고 화합을 다짐한다는 뜻에서 손도장(핸드프린팅)을 찍기도 했다. 그러나 전당대회가 끝난 뒤에도 ‘여진’은 계속 됐다. ‘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박사모) 회원 등 100여명은 무대에서 ‘투표는 승리하고 여론 조작에 강탈 당했다’, ‘세계 유일 부정선거, 이명박은 물러가라’ 등의 글이 적힌 펼침막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일부는 이날 저녁 여의도 당사로 몰려와 “경선 무효”라고 외쳤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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