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선거인단 신청 ‘하룻밤 10만명’
신청만하면 누구나 투표권
캠프들 조직표 확보 열올려…“동창회 통째 입력” 뒷말도
신청만하면 누구나 투표권
캠프들 조직표 확보 열올려…“동창회 통째 입력” 뒷말도
‘100% 완전국민경선’(오픈 프라이머리)을 표방한 민주신당 대선후보 경선이 초반부터 ‘동원 선거’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투표에 참여할 국민선거인단을 각 후보 캠프가 조직적으로 긁어 모으는 양상으로 진행되면서, “무늬만 오픈 프라이머리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많은 국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끌어내 경선을 흥행시키고 민심을 얻는 대선 후보를 뽑겠다는 애초 취지는 온데 간데 없다.
민주신당 경선은 원하는 사람 누구나 선거인단으로 신청만 하면 투표권을 갖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당원이 아니어도 선거인단 등록에 문제가 없다. 문서나 전화, 인터넷 등으로 간단한 본인 확인절차만 거치면 선거인단이 될 수 있다. 이는 신청자 가운데 일부를 추첨해 투표권을 줬던 2002년 민주당 경선방식이나, 전화로 투표참여 의향을 물어 선거인단 등록을 받은 올해 한나라당 경선 방식과도 다르다. 당연히 일반국민 참여 비율도 2002년 민주당 경선(50%)이나 한나라당 경선(30%)보다 높다.
그러나 민주신당 경선은 흥행 성공을 거둔 두 경선과는 전혀 딴판으로 진행되고 있다. 당의 낮은 지지율 탓에 자발적 참여보다는 각 후보 캠프의 선거인단 모집 경쟁이 더 뜨겁다. 문을 열어 놓았지만 제 발로 찾아오는 사람은 없는 형국이다.
그 대신 각 후보 캠프는 선거인단 신청에 필요한 이름, 주민번호, 연락처 등 신원 정보를 확보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어느 캠프에는 ‘백지 신청서’가 수만장씩 쌓여 있다거나, 향우회·동창회·병원 등의 회원 데이터베이스가 통째로 입력됐다거나 하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돈다.
서류 접수는 한사람이 10명까지만 대리 신청할 수 있도록 제한했지만, 본인 인증 절차가 아직 마련되지 않은 인터넷을 이용한 ‘대리 접수’ 의혹이 끊임 없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2일 밤 9시께 10만명 수준이던 인터넷 신청자 수가 23일 오전 7시께 20여만명으로 늘었다. 하룻밤새 10만명이 인터넷으로 선거인단 신청을 한 것이다. 민주신당의 한 의원은 “결국 선거인단을 많이 모으는 쪽이 이긴다. 어느 지역의 선거인단이 많고 적고도 따지지 않기 때문에 완전히 조직 싸움이 된다”고 말했다.
경선 초반에는 어느 정도 ‘동원’이 불가피하다는 항변도 있다. 당 지지율이 낮은 상황에서 후보들이 나서지 않으면 어떻게 선거인단을 모집하느냐는 얘기다. 민주신당 관계자는 “2002년 첫 지역별 경선이 치러진 제주에서도 유권자의 13%에 달하는 6만5천명이 선거인단으로 등록했다”며 “초반에는 동원이 있었지만, 경선 과정에서 주자들의 순위가 엎치락뒤치락 하면서 자발적 참여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몇몇 캠프에서는 유권자들의 자발적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 현장 투표 외에 인터넷·모바일 투표 등 새로운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신당의 한 초선 의원은 “대리 접수 등을 통해 선거인단을 200만명 모은다 해도, 투표율이 10~20%에 그치면 웃기는 일 아니냐. 잔뜩 모으기만 한다고 능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23일 오전 민주신당 지도부와 함께 광주 5·18민주묘지를 방문한 오충일 대표가 류동원 열사의 묘비를 쓰다듬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몇몇 캠프에서는 유권자들의 자발적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 현장 투표 외에 인터넷·모바일 투표 등 새로운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신당의 한 초선 의원은 “대리 접수 등을 통해 선거인단을 200만명 모은다 해도, 투표율이 10~20%에 그치면 웃기는 일 아니냐. 잔뜩 모으기만 한다고 능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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