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국현 대선 예비후보가 31일 오전 순회 퇴임식을 하러 유한킴벌리 대전공장을 방문해 직원들한테 꽃다발을 받은 뒤 자리에 앉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출발 며칠만에 범여권 여론조사 3위로 껑충
“경제 경쟁력”-“시간 늦었다” 시각 갈려
“경제 경쟁력”-“시간 늦었다” 시각 갈려
문국현의 이름을 입에 올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문국현 대선 예비후보는 최근 <한국방송>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8%로 전체 순위에서는 4위, 범여권 후보들 가운데서는 손학규(4.9%) 정동영(3.3%)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비록 오차범위 안이긴 하지만, 범여권의 수다한 예비후보들을 제친 것이다. 인터넷 매체 <오마이뉴스>가 생중계한 온라인 토론회에는 2천개 넘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민주신당의 원혜영·이계안 의원이 공개적으로 그를 지지했고, 합류 여부를 고민하는 의원이 더 있다고 한다. 문 예비후보쪽 고원 공보팀장은 “이만하면 출발이 좋다”고 말했다.
문 후보가 주목받는 배경에는 ‘이명박’과 경제, 민주신당의 고만고만한 후보들이 있다. 원 의원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경제와 문 후보의 경제는 선명하게 대비된다”며 “아직 누구도 확보하지 못한 빈 공간이 있는데, 거기에 ‘문국현 카드’를 들이밀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준비된 내용은 물론 공학적인 면에서도 경쟁력이 있다는 얘기다. 문 후보가 내세운 ‘사람중심 진짜 경제’ ‘깨끗하고 따뜻한 번영’이라는 프레임은 철저히 이명박 후보를 겨냥한 것이다.
그의 장래성을 보는 시각은 크게 둘로 갈린다. 긍정적인 쪽은 ‘범여권내 대안 부재론’과 함께 그의 콘텐츠에 주목한다. 범여권의 어느 후보도 지금 역량과 비전으로는 이명박 후보를 이길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민주신당의 한 의원은 “문 후보의 정책·비전은 범여권 어느 후보보다 진보적이고 구체적이면서 정리가 잘 돼 있다”며 “이명박 후보와 각을 세울 줄 안다”고 말했다. 최근 문 후보와 토론을 벌인 김종인 의원도 “준비가 많이 돼 있더라”고 평가했다.
부정적으로 보는 쪽은 출마 시점이 너무 늦었다고 말한다. 최근 문 후보를 장시간 만나 본 민주신당의 한 의원은 “문 후보의 가능성은 시간과 속도에 달려 있다”고 했다. 대선까지 채 넉달이 남지 않은 상황에서 그의 인지도는 매우 낮다. 일부에서는 인터넷을 중심으로 최근 높아진 관심도가 이용자 특성상 거품에 가깝거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인터넷 매체들이 상업적 의도에서 ‘문국현 띄우기’에 나서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내년 총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현역 의원들은 그가 과연 정치를 계속할지 의구심을 갖고 있다.
첫째 고빗사위는 지지율 상승 정도다. 지지율이 높아져야 세력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원혜영 의원은 “비행기가 아무리 빠른 속도로 달려도 결국 양력을 받지 못하면 못 뜨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최근 캠프에 합류한 정범구 전 의원은 “민주신당 예비경선(컷오프)이 끝날 때까지 5%는 넘어야 한다”고 구체적인 목표치를 제시했다. 이계안 의원은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9월22일 이전에 범여권 지지도에서 2위로 올라서든지, 최소한 3%의 지지율을 확보하든지 해야 그 다음 행보에 의미가 부여된다”고 내다봤다.
끝내 독자 세력화로 갈 것인지, 민주신당의 본경선에 합류할 것인지도 문 후보에겐 쉽지 않은 선택이다. 이계안 의원은 “신당 창당에 대해 계속 논의를 해왔고, 밑그림도 있다”고 말했다. 문 후보 자신도 최근 대구지역 간담회에서 “아직은 신당이라고 말하기는 어렵고, 새로운 미래 세력의 결집을 추진하고 있다”며 신당 추진에 무게를 실었다. 민주신당이 예비경선에 들어가는 2일 출범식을 갖는 외곽조직 ‘창조한국’을 염두에 둔 말이다. 정범구 전 의원은 “(문 후보가) 신당으로 간다면 창조한국이 조직적 기반이 될 수 있다”며 “후보가 범여권 합류에 강한 심정적 거부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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