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신당 십리도 못가 ‘분란’ 수렁

손학규쪽 “동원 경선 버스떼기 판쳐” 격앙
일부 의원 ‘정동영-김한길 밀약설’도 제기
정동영쪽 “마타도어…누워서 침뱉기” 비판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이 ‘동원경선’을 둘러싼 분란의 소용돌이로 빠져들고 있다. 손학규 후보 쪽은 19일 이번 경선을 ‘조직·동원에 의한 구태정치’로 규정하며 전면 투쟁을 선언했다. 중립을 표방해 온 ‘친노’ 성향 일부 중진들도 동원경선 문제와 ‘정동영-김한길 밀약설’을 제기하며 초반 경선과 여론조사 1위로 올라선 정동영 후보를 견제하고 나섰다. 이에 정동영 후보는 “그런 주장은 마타도어”라며 강하게 반박하는 등 당내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손학규의 배수진=손 후보 캠프의 김부겸 부본부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경선을 ‘돈이 난무하고 박스떼기, 버스떼기가 판치는 동원, 줄세우기 경선’이라고 규정한 뒤 △의혹 사례에 대한 진상조사위 구성 △조직·동원선거 방지책 제시 △국민참여 활성화를 위한 조처를 당 지도부에 요구했다. 김 의원은 “제보를 받았다”며 특정후보 캠프의 선거인단에 대한 삼계탕과 도자기 접대 의혹도 제기했다. 김 의원은 전날 김근태 전 당의장과 정대철 고문에게 “오라고 해놓고 왜 도와주지 않느냐”며 손 후보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아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충일 당 대표도 “우려할 만한 일이 진행되는 것을 확인했다. 묵과할 수 없다”며 “동원경선이 계속되면 적절한 조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동영-김한길 당권 밀약설’ 논란=중립지대에 머물던 중진들이 기민하게 움직기 시작했다.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 정대철 고문은 이날 조찬을 함께 했다. 김 전 의장을 지지했던 의원들도 20일 모이기로 했다.

앞서 김원기 전 국회의장과 문희상·정세균·배기선·이미경·유인태·원혜영 의원 등이 전날 만찬을 함께 했다. 임종석·오영식 의원도 동석했다. 이 자리에서 ‘정동영-김한길 당권 밀약설’이 제기됐다. 한 참석자는 “김한길 의원 그룹이 정동영 후보 지지를 선언하는 과정에서 당권을 보장받았다는 얘기가 나왔다”며 “다른 경로를 통해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밀약의 구체적인 증거를 내놓지는 못했다.

?5C ‘정동영 대세론’에 위기감 =손학규 후보 쪽과 ‘친노’ 당내 중진들이 경선의 조직·동원 양상을 문제삼고 있지만, 이면에는 경선 표쏠림 현상에 대한 위기의식도 깔려 있다. 손 후보는 동원경선에 대한 적극적인 문제 제기를 통해 정 후보 쪽의 조직을 견제하는 동시에, 중진들의 협력을 이끌어내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진들은 정 후보에 대한 표쏠림이 가속화할 경우 경선이 싱겁게 전개되면서 대선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중진모임에 참석했던 한 의원은 “중진들의 움직임은 ‘정동영 대세론’이 형성되는 현실을 막겠다는 ‘반정동영 연대’의 성격이 있다”며 “지금의 구도가 계속돼서는 안 된다는 데 대체적인 의견이 모였다. 앞으로 구체적인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정동영 후보는 발끈하며 반박했다. 정 의원은 이날 광주 간담회에서 “조직선거라는 주장은 ‘누워서 침뱉기’”라고 비판했다. 밀약설에 대해서도 “그런 얘기를 입에 올린 것 자체가 마타도어”라며 “어제(18일) 만찬에 참석했던 중진한테서 사실이 아니라는 해명을 받았다”고 밝혔다.

임석규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