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당·통합신당 “노태우로 끝난 사대주의 부활” 부시 면담 비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10월 중순 방미,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을 만나기로 한 데 대해 정치권 일각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맨 먼저 비판이 쏟아져나온 곳은 민주노동당. 민주노동당은 이명박 후보의 방미 부시대통령 면담 사실이 알려진 지난 28일 ‘이명박 후보의 부시 대통령 알현 계획’ 제목의 논평을 내어, 비판했다. 민노당은 논평에서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환영도 함께 하지 못하는 한나라당이 미국과는 민족문제를 터놓고 이야기 하겠다니 한나라당의 나라는 역시 ‘미국’임이 확실하다”며 “평양방문 동행을 거절하고 정상회담에 대해 폄훼를 멈추지 않는 한나라당이 정상회담의 성과와 관련해 굳이 미국의 대통령을 만나 공유하겠다는 이유가 무엇인지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 민주노동당 "정상회담도 안 반기는 정당이 미국과는 터놓고 얘기?"
대통합민주신당과 이 정당의 대선후보도 곧이어 ‘이명박 방미 때리기’에 가세했다.
통합신당은 30일 ‘미국대통령의 인정이 아니라 국민의 인정을 받아야 한다’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어, 20년전인 1987년 당시 민정당의 총재이자 대선후보인 노태우 후보를 레이건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만나 ‘세자 책봉’ 논란을 부른 일을 상기시키며 이 후보의 부시 대통령 면담에 대해 ‘사대주의’ 의혹을 제기했다. 통합신당은 논평에서 “우리나라 국민이 뽑는 대통령 선거에 굳이 미국 대통령을 만나 일종의 미국의 ‘인정’을 얻으려는 행보가 사대주의는 아닌지 국민들은 우려하고 있다”며 “이명박 후보가 우리나라 대통령선거에서는 미국의 ‘인정’이 매우 중요하다고 보는 ‘낡은 사고’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 정동영 후보쪽 “20년전 노태우로 끝난 사대주의 외교 다시 부활시켜”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대선예비후보쪽도 ‘방미 때리기’에 나섰다. 정동영 후보캠프의 김현미 대변인은 30일 논평을 내어, “87년 노태우 후보가 레이건 대통령을 통해 정통성과 권위를 인정받겠다는 사대주의 외교는 끝이 났다”며 “20년이 지난 오늘 이명박 후보가 부시 미 대통령을 만나서 그 영향력을 업어보겠다는 발상은 매우 굴욕적인 사대주의적 외교의 부활”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정상외교는 현직 대통령인 국가 원수의 영역”으로 “미국이 현직 대통령이 엄존하는 상황에서 야당의 대통령 후보를 면담한다는 것은 외교관례에도 어긋날 뿐 아니라 특정 국가의 내정 간섭 우려를 낳을 수 있는 것으로 재고되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이명박 후보에 대해 면담 취소를 요구했다.
■ 미국 대통령의 ‘대선 후보 면담’ “매우 이례적”…올해초 ‘사르코지’, 87년 ‘노태우’
미국 대통령이 각 나라의 정상이 아닌 특정정당의 대통령후보나 총리후보를 면담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 그 정치적 배경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이어진다.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대선 후보를 면담하는 것은 이번이 두번째다. 오는 10월 면담이 이뤄지면 1987년 9월 대선을 석 달 앞두고 레이건 대통령이 노태우 당시 민정당 후보 겸 총재를 만난 이후 20년 만의 일이다.
부시 대통령은 프랑스 대선을 앞둔 올해 초에도 니콜라 사르코지 당시 내무부 장관을 면담해 논란을 부른 적이 있다. 당시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전을 둘러싸고 이를 비판하는 자크 시라크 대통령과 갈등을 겪고 있었다. 부시 대통령이 친미 성향의 유력 대선후보 사르코지 장관에게 힘을 실어준 이 면담에 대해 논란이 일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지난 5월 당선 이후 시라크 전 대통령과 달리 적극적인 친미 정책을 펼치고 있다.
■ 한나라 남북정상회담에 “아예 걸어서 평양까지 가라” 논평
오는 10월 이명박 후보와 부시 미 대통령과의 면담을 발표한 한나라당은 오는 10월2일부터 열릴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비판적 논평을 내놓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평양 방문시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통과하겠다는 데 대해 한나라당은 30일 ‘노 대통령은 아예 걸어서 평양까지 가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어 ‘불편한 심사’를 드러냈다.
한나라당은 논평에서 “국민들은 노 대통령이 남북간 신뢰회복을 담보받지 못하고 오로지 ‘퍼주기 협상’만 하고 돌아올 것을 걱정하고 있다”며 “결국 그 부담은 국민과 차기정부가 떠안아야 할 “노무현 쇠말뚝”이 될 것”이라고 정상회담을 비판했다.
노 대통령이 휴전선을 걸어서 넘는다는 데 대해 논평은 “그렇게 요란스럽게 가고 싶거든 아예 걸어서 평양까지 가라”며 “노 대통령이 임기 안에 뭘 남겨야겠다는 '꼴사나운 역사의식'에 몰입하면 할수록 국민들은 '노대통령의 헛발질'을 계속 걱정할 수밖에 없다”고 비난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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