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군사분계선이다” VS 정동영,손학규,이해찬,권영길,문국현 “정식 영토선 아니다”
정동영, 손학규, 이해찬 등 대통합 민주신당 경선 후보들은 서해 북방한계선(엔엘엘·NLL)이 정식 영토선이 아니라는 노무현 대통령 견해에 기본적인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엔엘엘 문제는 ‘서해평화협력’이라는 큰 틀에서 풀어나가야 하며, 남북 평화협력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엔엘엘 의미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정동영 후보는 “엔엘엘이 아니라 서해평화 정착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손학규 후보는 “엔엘엘에 대해 평화와 통일이라는 기준을 가지고 새로운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해찬 후보 캠프의 김형주 대변인은 “북한과 상호 협력적 관계로 가기 위해 엔엘엘의 원론적 의미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각 후보는 노 대통령 발언이 끼칠 영향에 대해서는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엔엘엘을 둘러싼 영토 개념이 워낙 민감한 문제인데다,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엔엘엘 문제를 정면으로 건드리는 게 자칫 이념을 둘러싼 소모적인 정치적 공방으로 이어질까 우려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정 후보 쪽은 “소모적 논란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학규 후보 캠프의 우상호 대변인은 “엔엘엘 문제는 국민들이 성공적이라고 평가하는 남북 정상회담의 후속 이슈이고, 공동어로수역과 평화수역 문제로 풀어가기로 한 것”이라며 “한나라당이 정치적 공세를 하더라도 큰 이슈는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해찬 후보 캠프의 핵심 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작심하고 말한 것은 대선을 앞두고 보수 세력과의 전선을 치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며 “그러나 본질적으로는 북한과의 상호 협력적 관계를 강조한 말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통령후보와 문국현 예비후보도 엔엘엘이 영토 개념이 아니라는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두 후보 역시 이것을 갖고 논란을 벌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태도를 보였다. 문 후보 쪽은 “서해의 실질적 평화 정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권 후보는 “이미 남북 정상이 엔엘엘이 영토상 개념이냐 아니냐는 좁은 틀의 논쟁에서 벗어나 광범위한 협력 구상에 합의했는데, 이를 두고 다시 논쟁을 벌이는 것은 오히려 논의를 후퇴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후보는 이 문제에서 당 지도부와 인식을 공유하며 ‘엔엘엘=군사분계선’이라는 뜻을 밝혔다. 이 후보는 노 대통령의 ‘엔엘엘 발언’에 대해 “지금 시점에서 말씀 안 하시는 게 좋지 않았나”라며 “앞으로 남북 간에 (엔엘엘 문제를) 논의해야 할 텐데, (노 대통령이) 말씀하시는 게 도움이 안 될텐데 …. 협상기술상으로도 그렇다”고 말했다.
이지은 권태호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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