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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송환 연기신청 자격없어 ‘시간끌기용’

등록 2007-10-22 08:11수정 2007-10-22 13:15

이명박 후보의 김경준씨 관련 발언 및 일지
이명박 후보의 김경준씨 관련 발언 및 일지
이후보, 집요한 김경준씨 입국 저지 시도 논란

이명박 후보 쪽이 이번에 다시 미국 연방지방법원에 김경준씨의 송환을 연기해 달라고 신청한 사실이 밝혀짐으로써 귀국 저지 의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특히 이 후보가 김씨의 송환을 촉구하는 발언을 할 때마다 그 직전에 이 후보의 미국 현지 변호인들이 송환 연기를 위한 법적 절차를 밟은 사실이 드러나 이 후보가 의도적으로 이중적 처신을 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제기되고 있다.

미 법규상 ‘당사자’만 신청 가능
“신청 들어온 이상 3주 법적 검토”
송환 바란다던 이후보 해명 필요

노골적인 귀국 저지 의도=이 후보 쪽이 미국 연방지법에 낸 ‘재판 개입 및 송환 연기 신청’(motion to intervene and stay)은 실제로 재판의 연기를 위한 것이라기보다 ‘시간끌기용’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우리의 항소심 격인 미국 연방 제9순회법원은 지난 18일(현지시각) 김경준씨의 항소포기 의사를 받아들이고 김백준씨 쪽의 연기 신청을 기각하면서 “연방지방법원에 판결문이 송달되면 이를 집행명령으로 본다”고 판결문에서 밝혔다. 현행 미국 연방 항소규칙 41조 (d)는 ‘당사자는 판결의 효력이 발생하는 집행 명령(mandate)을 연기해 달라는 신청을 할 수 있다. 이 신청에 대한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명령이 연기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당사자는 당연히 인신보호 요청 사건의 신청인인 김경준씨나 그 상대방인 미국 정부다. 이 후보 대리인 김백준씨가 여기에 스스로 당사자가 되겠다며 끼어든 것이다. 동포 변호사들은 당연히 받아들여지기 힘든 주장이라고 해석한다. 그러나 신청서를 낸 이상 연방지법이 심리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미 로스앤젤레스의 한 동포 변호사는 “통상적으로 이런 요청이 들어오면 3주(21일) 정도 법적 검토가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 쪽은 이번 신청으로 최소한 3주일은 더 시간을 벌게 된 셈이다.

김백준씨 쪽이 노린 것도 연기 신청이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라기보다 ‘시간 끌기’의 목적이 짙어 보인다는 게 동포 변호사들의 견해다. 더구나 이 사건을 맡은 연방지방법원의 담당 판사는 오랜 시간을 두고 법적 검토를 하는 것으로 유명해 김백준씨 쪽도 이를 고려한 것 같다는 게 동포 변호사들의 분석이다.

이 때문에 김경준씨의 변호인인 게일 이벤스 변호사는 지난 19일 김백준씨 쪽 변호사들에게 “법적으로나 상식적으로나 말이 안 되는 신청”이라며 1시간 이상 강한 비판을 퍼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이벤스 변호사는 22일 김백준씨 쪽의 신청을 기각해 달라는 반대의견(oppose)을 낼 예정이다.

하지만 현지 동포 변호사들 사이에서는 미국 국무부가 의지를 가지고 송환 절차를 시작하지 않으면 대선 전에 김경준씨의 송환이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이 후보 정말 몰랐나?=이 후보는 지난 11일 <영남일보> 인터뷰와 <문화방송> ‘100분 토론’을 통해 김경준씨의 송환을 촉구하는 발언을 했다. 하지만 이틀 전인 9일 이 후보 쪽 변호사들이 김씨 송환 연기 신청서를 낸 사실이 밝혀졌다.

이 후보는 이번에도 20일 한국노총 경기도본부 체육대회를 찾은 자리에서 “대한민국에서 죄를 저질렀으면 대한민국에 들어와서 조처를 받는 게 좋다”며 이 사건이 자신과 무관함을 강조했으나, 공교롭게도 전날 변호사들은 연기 신청서를 미국 법원에 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이 후보가 정말 김경준씨의 송환과 처벌을 바란다면 변호사들의 연기 신청을 취하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렇지 않다면 의도적인 이중플레이라는 의심을 떨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후보의 직접 해명이 필요한 대목이다.특별취재팀

김백준은 누구인가?
이후보의 수호신…40년 곁에서 일해

김백준씨
김백준씨
김백준(67) 전 서울메트로 감사는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후보의 측근 중의 측근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전북 이리 출신으로 현대종합금융 부사장을 지낸 전문금융인이다.

이 후보의 고려대 1년 후배인 그는 현대 시절부터 40여년 동안 함께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의 과거를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사람으로 이 후보가 정치적 위기에 처할 때마다 몸을 사리지 않고 막아내 ‘이명박의 수호신’으로 불리기도 한다. 2002년 서울시장 선거 때는 캠프 총무팀장을 맡았다.

김씨는 한나라당 경선 과정에서 이 후보 관련 의혹에 대응하는 데 상당한 구실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다스, 홍은프레닝 등 이 후보와 관련해 의혹을 받고 있는 회사들에 감사 등의 직책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한나라당 선거대책위에 공식적으로 참여하지는 않고 있지만, 누구보다 이 후보와 가깝고 자주 만난다는 게 주변 인사들의 얘기다. 그는 이 후보가 자신의 생각을 솔직히 털어놓고 어려움을 토로할 만큼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이 후보의 측근들은 “정치권에 오기 전부터 이 후보와 막역하게 지냈고, 이 후보 역시 강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고 말한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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