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무위의 금융감독원·금융감독위원회 국정감사가 열린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대통합민주신당과 한나라당 의원들이 비비케이(BBK) 주가조작사건과 관련한 증인채택 문제를 놓고 실랑이를 벌이는 동안 일반 증인으로 나온 오갑수 전 금감원 부원장이 머리를 감싸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김경준 도피 뒤에야 BBK 직원조사
금감원이 비비케이(BBK) 주가조작 사건을 조사하면서 핵심 인물인 김경준씨가 미국으로 도피한 뒤에야 관련 직원들을 소환 조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그동안 “직원들을 조사하던 중 김경준씨가 도피해 김씨를 조사하지 못했다”는 금감원의 해명을 정면으로 뒤집는 것이어서, ‘부실 조사’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직원들을 조사한 결과 모두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와 무관한 일이라고 진술해 이 후보를 조사하지 않았다”고 그동안 밝혀왔다.
김태년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 의원은 26일 국회 정무위의 금감원 국정감사에서 금감원이 제출한 ‘옵셔널벤처스 코리아’(비비케이의 후신) 직원들의 소환조사 날짜를 근거로 이런 주장을 했다. 자료를 보면, 금감원은 2002년 3월 13~15일 옵셔널벤처스 코리아 직원 9명을 소환조사했다. 그러나 김경준씨는 그 전해인 2001년 12월20일 미국으로 이미 출국했다. 핵심 관련자인 김씨가 출국한 뒤에야 직원들을 조사했고, 이들의 진술만을 근거로 주가조작 사건과 이명박 후보가 무관하다는 결론을 내린 셈이다.
김현미 통합신당 의원은 “직원들을 먼저 조사한 뒤 김씨를 조사하려 했다고 하더니, 완전 거꾸로”라며 “금감원 보고체계에 문제가 있다. 국정조사를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국감이 끝난 뒤 박광철 금감원 부원장보는 “매매상황이나 자금 주체 파악 등에 시간이 걸렸고, 옵셔널벤처스 코리아 직원들에게 소환장을 보낼 때까지 김씨가 도망갔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이날 정무위에서 통합신당 의원들은 금감원의 ‘부실 조사’ 문제를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졌다. 이계안 의원은 “주가조작 사건에서 김경준씨를 통하지 않고서는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와 연결고리가 없는데도 금감원이 김씨를 조사하지 않은 상태에서 결론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사건 당시 금융감독원장이던 이근영 전 원장은 “주가조작 사건이 많이 발생했고 사건이 누적돼 있었다”고 말했다. 김용덕 금감원장은 “김경준이 송환돼 오면 검찰이 언제라도 필요한 자료를 요구할 것이고, 미진한 부분은 (재조사를) 하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정무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 후보와 주가조작 사건이 무관하다는 주장으로 맞섰다. 김정훈 의원은 “이 후보가 관련이 없다는 것은 법무부 장관과 금감원장이 국회에서 이미 분명하게 밝힌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진수희 의원도 “비비케이 논쟁과 공방은 시간과 국력의 낭비”라며 “한나라당 경선 과정에서 다 나왔던 얘기를 재탕, 삼탕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나라당은 통합신당의 이 후보 공격과 관련해, “국정감사 중단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 회의에서 “(통합신당의) ‘거짓말 국감’을 계속할 이유가 있는지 심사숙고하고 있다”며 “오는 29일 오전 9시 모든 상임위에서 국감을 일단 중단하고 의원총회를 열어서 토론을 거쳐 국감을 계속할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임석규 조혜정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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