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대표로 있던 엘케이이(LKe)뱅크가 주가조작 사건을 일으킨 비비케이(BBK)의 실질적 소유주라고 밝힌 하나은행의 내부 자료가 나왔다. 이 자료는 2000년 하나은행이 엘케이이뱅크와 5억원 투자계약을 작성하기 직전에, 투자를 위한 사전조사 결과를 담은 것이어서 주목된다.
정봉주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은 28일, 비비케이가 100% 엘케이이뱅크로부터 출자받은 자회사로 적시된 하나은행의 2000년 6월23일치 내부 품의서를 공개했다. 당시 김승유 하나은행장과 감사, 부행장보, 준법감시팀의 결재 서명이 담긴 문건(제목·㈜LK e-Bank 출자 및 Agreement 체결의 건)에는, “엘케이이뱅크가 700억원 규모의 헤지펀드를 운용하는 비비케이 투자자문㈜을 100% 소유하고 있다”고 적혀 있다.
품의서의 ‘엘케이이뱅크 재무현황 분석’ 자료에도 비비케이의 자본금 30억5천만원이 전액 엘케이이뱅크에서 출자된 것으로 나와 있다.
하나은행은 이 품의서에 따라 2000년 6월24일 엘케이이뱅크에 5억원을 투자하는 업무협정서를 맺었으며, 같은 날 이명박 후보와 김경준씨가 이 투자에 연대채무를 지는 내용의 풋옵션 계약서도 작성했다. 풋옵션 계약서에는 이 후보의 친필 서명과 직인이 담겨 있다.
이에 대해 박형준 한나라당 대변인은 “정봉주 의원은 하나은행의 내부 검토 및 결재 품의 문건에 불과한 서류를 갖고, 마치 이것이 엘케이이뱅크와의 정식 계약서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박 대변인은 “이 후보나 엘케이이뱅크는 단 1%의 비비케이 지분도 가진 적이 없다”며 “하나은행에 (투자 관련) 프리젠테이션을 한 사람은 바로 김경준이다. 하나은행은 김경준의 설명에 근거해 엘케이이뱅크를 이해했을 것이고, 하나은행의 문건 작성자가 이를 오인해 품의서를 작성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태규 황준범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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