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출마시 대선 구도
복잡해진 대선 셈법…다자구도 ‘합종연횡’ 주목
연대엔 공감 방식은 고민…외연확대 되레 걸림돌 전망도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대선 출마가 가시화하면서 대선 구도가 급격하게 출렁이고 있다.
애초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와 범여권 단일 후보 또는 복수 후보,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의 3~5자 구도로 예상됐던 대선판이, 범여권뿐 아니라 야권에서도 복수 후보가 출현하는 복잡한 구도로 재편되고 있다.
큰 틀에서 보면 기본적인 대립 구도가 ‘이명박 대 범여권’에서, ‘이명박 대 이회창’이라는 보수 진영 내부의 대립으로 이동하는 양상이다. 이 과정에서 보수 진영의 주도권을 놓고 여러 세력이 합종연횡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한나라당보다 보수 색깔이 더 강한 국민중심당과 이회창 전 총재가 우호적인 신호를 주고받는 점이다. 정진석 국민중심당 원내대표는 4일 “심대평 국민중심당 후보는 이 전 총재가 원한다면 모든 것을 다 해줄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중심당 내부에서는 당을 해체해 제3의 당으로 확대 개편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공감대가 이뤄져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 전 총재 쪽의 이흥주 특보도 심대평 후보의 연대 제안에 “결단을 하고 나면 모든 것을 검토하며 접촉할 수 있다”고 화답한 상태다. 국민중심당과 이 전 총재 쪽이 모두 충청도를 주요 지지기반으로 삼고 있다는 점도 연대의 가능성을 높여준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 전 총재가 출마하면 충청도가 이 전 총재에게 쏠릴 수 있다. 누구든지 충청도를 석권한다면 대선 구도는 묘해진다”고 말했다. 내년 4월 총선이라는 정치 일정은 둘의 밀착도를 더욱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전 총재가 국민중심당과 손을 잡는 건 외연 확대에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적지 않다. 이 전 총재 진영에서 ‘무소속 출마’에 더 방점을 두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무소속 출마를 하면서 국민중심당도 포괄하는 게 더 낫다는 것이다. 이명박 후보의 한 측근 인사는 이 전 총재와 국중당의 연대에 대해 “김영삼 정부 시절 대구·경북 출신의 박철언씨가 동참했던 자민련이 다시 등장하는 셈”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국민중심당에서는 “당을 발전적으로 개편해 전국정당화하면 된다”고 반박한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이회창 돕자니 명분 안따르고…이명박은 믿음 안가 ‘신중 또 신중’ 박근혜 전 대표까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독자적인 정치 행보에 가세하면 폭발력은 더욱 커진다. 거꾸로 대구·충청·강원 지역 및 보수층의 지지세가 탄탄한 박 전 대표가 이 전 총재를 비판하면서 이명박 후보를 돕는다면 이 전 총재 돌풍은 시들해질 수 있다. 갈수록 박 전 대표의 몸값이 치솟는 이유다. 박 전 대표에게는 요즘 양쪽에서 만나자는 연락이 오고 있다. 그의 측근인 박 전대표쪽 한 인사는 “한나라당 경선이 끝난 뒤부터 이 전 총재 쪽에서 계속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그러나 박 전 대표가 ‘국민들이 오해한다’며 거절했다”고 밝혔다. 이명박 후보는 3일 임태희 비서실장을 통해 만나자는 뜻을 박 전 대표에게 전했다. 박 전 대표 쪽 핵심 측근들은 그가 이 전 총재의 편을 들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입을 모은다. “경선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하겠다”고 한 박 전 대표가 이 전 총재를 돕는 건 명분도 없고, 실리도 극히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한 측근은 “박 전 대표와 이 전 총재가 이명박 후보에게 인간적 불신감을 갖고 있다는 데서 공통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사적인 감정이 아니라 명분”이라며 “차기 대선(2012년)을 염두에 두고 있는 박 전 대표가 명분을 접고 이 전 총재와 함께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박 전 대표로선 이 후보가 낙마할 경우엔, 경선을 거친 자신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갑자기 끼어든 이 전 총재를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이 후보를 적극적으로 돕는 것도 심정적으로 쉽지 않다. 박 전 대표는 이명박 후보에게 여전히 불신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정치권에선 박 전 대표가 이 후보와 갈라서서 이 전 총재를 도울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 않고 있다. 박 전 대표의 또다른 측근은 “김경준씨 송환과 맞물려 비비케이(BBK) 사건 등에서 이 후보의 치명적 결함이 밝혀져 ‘이명박 불안론’이 확산된다면 박 전 대표로서도 고민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 전 대표 쪽의 한 인사는 “이 후보가 돼도 이 전 총재가 돼도 국민들에겐 모두 정권교체로 받아들여지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이회창 돕자니 명분 안따르고…이명박은 믿음 안가 ‘신중 또 신중’ 박근혜 전 대표까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독자적인 정치 행보에 가세하면 폭발력은 더욱 커진다. 거꾸로 대구·충청·강원 지역 및 보수층의 지지세가 탄탄한 박 전 대표가 이 전 총재를 비판하면서 이명박 후보를 돕는다면 이 전 총재 돌풍은 시들해질 수 있다. 갈수록 박 전 대표의 몸값이 치솟는 이유다. 박 전 대표에게는 요즘 양쪽에서 만나자는 연락이 오고 있다. 그의 측근인 박 전대표쪽 한 인사는 “한나라당 경선이 끝난 뒤부터 이 전 총재 쪽에서 계속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그러나 박 전 대표가 ‘국민들이 오해한다’며 거절했다”고 밝혔다. 이명박 후보는 3일 임태희 비서실장을 통해 만나자는 뜻을 박 전 대표에게 전했다. 박 전 대표 쪽 핵심 측근들은 그가 이 전 총재의 편을 들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입을 모은다. “경선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하겠다”고 한 박 전 대표가 이 전 총재를 돕는 건 명분도 없고, 실리도 극히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한 측근은 “박 전 대표와 이 전 총재가 이명박 후보에게 인간적 불신감을 갖고 있다는 데서 공통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사적인 감정이 아니라 명분”이라며 “차기 대선(2012년)을 염두에 두고 있는 박 전 대표가 명분을 접고 이 전 총재와 함께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박 전 대표로선 이 후보가 낙마할 경우엔, 경선을 거친 자신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갑자기 끼어든 이 전 총재를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이 후보를 적극적으로 돕는 것도 심정적으로 쉽지 않다. 박 전 대표는 이명박 후보에게 여전히 불신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정치권에선 박 전 대표가 이 후보와 갈라서서 이 전 총재를 도울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 않고 있다. 박 전 대표의 또다른 측근은 “김경준씨 송환과 맞물려 비비케이(BBK) 사건 등에서 이 후보의 치명적 결함이 밝혀져 ‘이명박 불안론’이 확산된다면 박 전 대표로서도 고민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 전 대표 쪽의 한 인사는 “이 후보가 돼도 이 전 총재가 돼도 국민들에겐 모두 정권교체로 받아들여지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