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연대21’ 소속 회원들이 4일 오전 서울 서빙고동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자택 앞에서 이 전 총재의 대선 불출마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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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가파른 지지율 상승세가 대선 출마선언 이후에도 계속될 수 있을까?
대선 정국의 최대 변수로 떠오른 이 전 총재의 지지율 전망을 놓고 엇갈린 견해가 나온다. 한나라당을 탈당해 무소속이나 다른 정당의 틀로 대선에 나설 경우 지지율 거품이 상당 부분 빠질 것이란 전망이 하나다. 반대로 대선에 두 번이나 출마했던 이 전 총재의 자체 득표력이 상당해 한나라당의 외피를 벗고서도 무시 못할 지지세를 보일 것이란 관측이 있다.
정치권이나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대체로 이 전 총재의 파괴력이 상당하지만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후보의 ‘대세론’을 제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리서치플러스’의 임상렬 사장은 이명박 후보가 쉽게 무너지기 어려운 이유로 수도권과 젊은층, 고학력 화이트칼라층에서 여전히 이 후보 지지가 견고하다는 점을 들었다. 임 사장은 “이 전 총재가 이명박 후보의 고정 지지층을 무너뜨리거나 와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이 전 총재 지지율이 30%를 넘어가면 야당 표는 전략적인 선택을 할 것인데, 전국적으로 고른 지지를 받고 있는 이 후보가 무너질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작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전 총재가 힘을 얻을수록, 한나라당 지지층 사이에서 정권교체를 위한 ‘전략적 판단’을 하게 되면서 막판에 이 후보 쪽에 힘이 실릴 것이란 관측이다.
한귀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연구실장은 “이 후보를 지지하는 중도 성향의 30~35% 지지자들은 극보수 정체성을 보이는 이 전 총재를 지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정권교체를 위해 누가 현실적인 카드냐는 점을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 쪽의 박형준 한나라당 의원은 “이 전 총재가 탈당하고 출마하면 지지율이 빠질 것으로 본다”며 “이 전 총재의 출마 반대 여론이 60%로 절대 반대층이 훨씬 많은 만큼 지지율 상승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총재의 득표력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인 만큼, 이명박 후보에 대한 검증 문제, 야권의 합종연횡 움직임 등이 맞물려 돌아갈 경우 상황이 유동적으로 급변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한귀영 실장은 “이 전 총재는 대선을 두 번 치르면서 자력으로 1천만표를 얻어본 사람”이라며 “한나라당이 아닌 무소속이나 보수신당 후보로 상정하고 여론조사를 해봐도 25% 정도는 나온다”고 말했다. 한 실장은 “어떤 것으로 공격해도 꿈쩍 않던 이명박 후보의 대세론에 조금씩 균열이 가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다양한 변수가 결합하면서 새로운 정국이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치컨설팅사인 폴컴의 윤경주 대표는 “김경준씨 귀국으로 인한 검증 국면에서 이 후보의 지지율이 무너지고, 박근혜 전 대표 지지자를 포함한 전통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지지가 이 전 총재 쪽으로 결집한다면 이 전 총재에게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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