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지난 2003년 10월3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불법 대선자금 사건에 대해 고개를 숙여 사과하고 있다. (왼쪽)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2002년 12월2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정계은퇴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하던 중 손으로 눈물을 닦아내고 있다. 김경호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1997년 패배 때 “이인제 떨어져나가…” 화살
2007년 출마 때 “정권교체 위해서라면” 강변
대선자금 “모든 짐 지겠다”더니 “이미 알려져”
2007년 출마 때 “정권교체 위해서라면” 강변
대선자금 “모든 짐 지겠다”더니 “이미 알려져”
“꿈을 이루지 못한 회한이 어찌 없겠습니까만 깨끗이 물러나겠습니다.”(2002년 12월20일 정계은퇴 선언 기자회견)
5년 전, 눈물을 쏟아내며 무대를 내려가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를 두고 사람들은 과연 ‘대쪽답다’고 했다. 아름다운 퇴장, 정결한 퇴장이라는 찬사도 뒤따랐다.
2002년 대선 패배 다음날 전격적인 정계은퇴로, ‘대선 후보 이회창’은 정치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하지만 정치 지도자로서의 명예는 곧추세웠다. 울음바다가 된 기자회견장을 떠나는 그의 모습은 국민들 마음 한구석에 아로새겨졌다.
그러나 이제, ‘대쪽’은 없다. 정권교체라는 ‘못다 이룬 꿈’을 실현하기 위해 돌아왔다는 그에겐 ‘말바꾸기’, ‘대쪽이 아닌 갈대’, ‘정치 퇴행의 장본인’ 등의 비난이 쏟아진다.
7일 대선 출마 선언을 하면서, 이 전 총재는 “스스로 국민 여러분께 다짐했던 약속(정계은퇴)을 지키지 못한 이유”로 ‘제대로 된 정권교체’를 들었다. 그는 “10년 동안 훼손됐던 나라의 근간과 기초를 다시 세우고 잘못된 방향을 바로잡는 정권교체가 돼야지 그러지 못하면 무슨 의미가 있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그가 ‘진정한 정권교체’를 내세웠지만, 이를 위한 정계복귀 행태는 스스로 내세웠던 원칙을 뒤집는 꼴이다. 그는 지난 97년 대선에 패배하고 난 뒤, 패인을 묻는 기자들에게 “당의 한 식구였던 이인제 후보가 떨어져 나가 새 당을 만들었다. 우리 당의 지지권에 속하는 층이 분산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 바 있다. 집권 실패의 공적으로 이인제 의원을 지목했다가 10년 뒤엔 본인이 나서 분열의 주범이 되고 만 것이다.
지난 2003~2004년 불법 대선자금 수사 때, 이 전 총재는 세 차례씩이나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에게 사과했다. 그는 당시 “지난 대선 때 한나라당이 불법자금을 받은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이 잘못된 일이고, 모든 허물과 책임은 대통령후보인 저에게 있다”고 말했다. 또한 “최종 책임자인 제가 처벌을 받는 것이 마땅하며, 이 모든 짐을 짊어지고 감옥에 가겠다”고도 했다.
그는 이날 출마선언 기자회견에서 당시 대선 잔금에 대한 의혹을 묻자, 당당한 태도로 이렇게 답했다.
“나는 모든 것이 저의 책임이라고 분명히 말했다. 이미 (검찰에서) 조사되고, 이미 알 만큼 알려진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그가 책임지고 한 행동은 ‘말’뿐이었고, 실제 책임 있는 행동은 없었던 셈이다. 이 전 총재의 ‘말 바꾸기’를 통한 이런 정계복귀 행태는 결국 한국 정치 퇴행의 ‘결정판’이라는 비판으로 요약된다. 나아가 도대체 한국 정치에서 끝까지 명예를 지킬 줄 아는 국가 지도자의 존재를 찾을 수 있는 것이냐는 근본적인 회의까지 던져준다. 도정일 경희대 명예교수는 “그동안 한국 정치는 우리 사회의 도덕적 역량, 젊은 세대에게 귀감이 될 본보기를 보여준다거나 어떤 품위를 유지하는 데 전면적으로 실패했다”며 “이 전 총재의 행태야말로 그동안 한국 정치의 실패를 전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나는 모든 것이 저의 책임이라고 분명히 말했다. 이미 (검찰에서) 조사되고, 이미 알 만큼 알려진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그가 책임지고 한 행동은 ‘말’뿐이었고, 실제 책임 있는 행동은 없었던 셈이다. 이 전 총재의 ‘말 바꾸기’를 통한 이런 정계복귀 행태는 결국 한국 정치 퇴행의 ‘결정판’이라는 비판으로 요약된다. 나아가 도대체 한국 정치에서 끝까지 명예를 지킬 줄 아는 국가 지도자의 존재를 찾을 수 있는 것이냐는 근본적인 회의까지 던져준다. 도정일 경희대 명예교수는 “그동안 한국 정치는 우리 사회의 도덕적 역량, 젊은 세대에게 귀감이 될 본보기를 보여준다거나 어떤 품위를 유지하는 데 전면적으로 실패했다”며 “이 전 총재의 행태야말로 그동안 한국 정치의 실패를 전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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