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 참석한 이방호 사무총장.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한나라 사무총장 “불순한 문제 생기면 수십만 군중 동원해 저지”
비비케이(BBK) 사건 핵심인물인 김경준씨 귀국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이방호(사진) 한나라당 사무총장이 13일 “불순한 문제가 생기면 수십만의 군중을 동원해서 저지할 것”이라고 말해, 검찰 수사에 정치적 압력을 넣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방호 사무총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오늘부터 당 대표·안상수 원내대표·선대본부장 등이 실시간으로 (김경준씨 귀국)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대응하는 비상체제로 들어가고 있다”며 “조금이라도 불순한 문제가 생기면 수천·수만·수십만이라도 군중이 동원되는 여러가지 수단으로 이를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전국적 민란 수준의 강한 경고 메시지를 보낼 준비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준표 한나라당 클린정치위원장은 “1997년 강삼재 신한국당 사무총장이 김대중 후보의 비자금 문제를 폭로했을 때 검찰은 ‘대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며 수사를 유보했다. 그런 전례도 있는데, 지난 3년 동안 미국에 있었던 김경준을 갑자기 데려와 수사를 시작한다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검찰 수사 유보를 주장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검찰 수사 유보 또는 수사 연기를 공식 당론으로 요구하지는 않고 있다. 자칫하면 뭔가 켕기는 게 있어 수사를 피하는 것 같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중진 의원은 “일단은 의연하게 수사를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취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방호 사무총장도 이날 회의 직후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김대업식으로 하면 국민적 저항에 부닥치게 된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지, 수사 유보·연기를 주장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한나라당이 가장 경계하는 건 검찰 수사상황이 언론에 흘러나와 보도되는 것이다. 국회 법사위 소속인 김명주 의원은 “언론에 찔끔찔끔 정보가 흘러나오거나, 앞뒤 맥락이 끊겨서 일방적 진술이 나오지 않도록 검찰이 수사 기밀을 엄격히 지켜야 한다”며 “인사청문회에서 임채진 검찰총장 내정자에게 특히 이 점을 주지시켰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일단 수사 흐름을 지켜보면서 고비고비마다 검찰 중립성을 문제삼으며 ‘행동’으로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정종복 사무부총장은 “지난 8월 도곡동 땅 수사발표 직후 이명박 후보 쪽 의원들이 장맛비를 맞으며 철야 항의농성을 했던 것과 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을 압박하려는 한나라당 태도에 대해, 최재천 대통합민주신당 선대위 대변인은 “보수의 주요 가치는 ‘법치’인데, 법치를 위협하거나 무서워하는 것은 보수가 아니다. 한나라당은 ‘위장 보수’”라고 비판했다. 박용진 민주노동당 대변인도 “검찰이 부패 문제를 제대로 수사한다고 해서 민란이 일어났다는 일은 보도 듣도 못했다”며 “부패정당·귀족정당을 위해서 민란이 일어날 것을 기대하지 말라”고 꼬집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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