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의 이미지 컨설팅을 하고 있는 스타일리스트 박경화씨 인터뷰와 함께 이 후보의 사진 4장이 실린 고려대 교우회보 10월호 기사.
지역 모임서 홍보영상 틀고 신생조직 우후죽순
회보엔 ‘이명박’ 일색…선관위 “문제 소지있다”
회보엔 ‘이명박’ 일색…선관위 “문제 소지있다”
서울에 사는 고려대생 이아무개씨는 이달 초순 자신이 사는 구의 ‘고려대 교우회’로부터 세 차례나 연락을 받았다. 이씨는 “참석해달라고 부탁을 해와 별 생각 없이 갔는데, 교우회가 아니라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선거운동 모임 같았다”고 말했다. 이 후보와 어윤대 전 고려대 총장이 악수를 하는 영상물을 틀어놓고 “이대로”라고 외치며 건배를 하는 등 온통 이 후보에 대한 이야기만 들어야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너무 이상해 선관위에 신고를 할까 했지만 괜한 일에 휘말리기 싫어 그만뒀다”고 말했다.
이 후보가 나온 고려대의 교우회 움직임이 심상찮다. 인터넷 포털 다음에는 지난 7월 이후 지역별 교우회가 우후죽순격으로 늘고 있다. 서울 노원구, 성동구, 경기 남양주시, 김포시 등의 교우회 지부가 커뮤니티를 새로 개설했다. 11월 말~12월 초에 창립총회 등 모임도 잇따라 열릴 예정이다. 고대 출신 회사원 ㅎ(41)씨는 “전에는 연락도 없고 들어본 적도 없는 지역 교우회가 대선을 얼마 앞두지 않은 12월 초 모임에 참석하라는 연락을 해와 황당했다”고 말했다.
고려대 교우회 쪽은 “자치 동문 모임이라 만들겠다고 하면 지역 교우들의 연락처만 주고 통보를 받을 뿐”이라며 “연말이고 해서 집중되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운동이 시작되기도 전에 특정 후보자의 영상을 계속 트는 모임을 가졌다면 사전 선거운동에 해당된다”며 “선거운동 기간에도 동문회 모임은 허용되지만, 영상물을 준비해 한 후보의 모습만 계속 트는 등 선거 홍보의 목적이 있으면 문제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 교우회가 한달에 한차례 발간하는 교우회보에도 이 후보의 노출이 부쩍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이 후보에 대한 기사가 4차례 나가면서 3장의 사진이 실렸지만, 올해 들어선 11월호까지 이 후보 관련 기사가 6차례, 사진이 10장 등장했다.
특히 10월호에는 이 후보의 이미지 컨설팅을 하고 있는 스타일리스트 박경화씨 인터뷰를 실으며 이 후보의 사진 4장을 지면에 배치했다. 또 11월호에는 두면을 펼쳐 이 후보가 환경영웅으로 선정된 미국 〈타임〉지 내용을 대대적으로 소개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선관위는 지난 15일 공직선거법을 준수해달라는 공문을 고려대 교우회에 보냈다.
앞서 지난 8월 한나라당 경선 과정에서도 고려대 졸업생들에게 이 후보의 홍보물이 배달되거나, 경선 여론조사에 응하는 방법 등을 설명하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가 돌았다. 졸업생 김아무개(26)씨는 “한나라당 경선 투표를 이틀 정도 앞두고 ‘호랑이들은 (경선 결과가 발표되는) 잠실운동장으로 모여라’라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며 “누가 내 연락처를 알고 발신자 표시도 없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는지 기분이 찜찜했다”고 말했다.
김연기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고려대 교우회 지역 모임의 창립을 알리는 문자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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