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정치일반

이명박-정몽준, ‘애증의 20년’

등록 2007-12-03 11:28수정 2007-12-03 11:43

3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전격회동한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후보와 정몽준 무소속 의원이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전격회동한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후보와 정몽준 무소속 의원이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전격적으로 `연대'를 선언한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와 무소속 정몽준 의원의 관계는 그 동안 대중들에게 애증이 교차하는 사이로 알려져왔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을 중심으로 보면 현대건설 회장 출신인 이 후보는 정 명예회장의 `동반자'로서 현대의 성장 신화를 사실상 함께 썼고, 정 의원은 정 명예회장의 아들로 역시 현대그룹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를 지냈다.

이처럼 세칭 `현대가(家)'에서 이 후보가 사실상 `양자'와 같은 역할을 했던 만큼 이 후보와 정 의원의 관계는 형제처럼 가까울 듯 보였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둘 사이가 벌어지게 된 결정적 계기는 정 명예회장이 1991년 국민당을 창당하면서 대선 출마를 선언했을 당시 이 후보는 그의 대선 출마를 만류한 데 이어 경쟁자인 민주자유당 김영삼 후보의 캠프에 합류했기 때문이라는 게 정설이다.

당시 현대가에선 이 후보에 대해 "은혜도 모르는 사람"이라는 비난을 공공연히 했다. 정 의원 역시 심정이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현대그룹에서도 특별히 개인적 만남을 갖지 않았던 두 사람은 이 후보가 민자당으로 간 이후 최근까지 단 한 차례도 사적인 자리에서 마주치지 않았다고 한다.

3일 이 후보와 정 의원의 회동에 배석한 한나라당 박형준 대변인은 "두 분이 약 20년만에 처음으로 만나 2시간 동안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이 후보는 65년 현대그룹의 모태이자 `플래그십'인 현대건설에 입사해 77년 정 명예회장의 형제들을 물리치고 회장직에 오를 만큼 정 명예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고, 정 의원은 78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87년 회장을 역임했다.


현대그룹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두 사람은 이후 정계에 몸을 담는다는 공통점도 지녔지만 정치적 행보는 달리했다.

이 후보는 92년 14대 총선에서 민자당 소속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됐고, 정 의원은 이보다 앞선 88년 13대 총선에서 무소속(전국구)으로 당선돼 정계에 입문했다. 정 의원은 이어 92년 부친이 창당한 국민당 국회의원(울산 동)으로 재선에 성공했지만 이후 국민당이 해산하면서 다시 무소속으로 돌아가 지금까지 5선의 관록을 자랑하고 있다.

정 의원은 정계 입문만 이 후보보다 빨랐던 게 아니라 대선 출마도 한 발짝 앞섰다. 월드컵 열기가 가득했던 지난 2002년 16대 대선에서 국민통합21을 창당해 한때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며 `부친의 한'을 푸는가 했지만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에서 결국 노 후보를 지지키로 하면서 꿈을 접었다.

이후 정 의원은 17대 국회 들어 `조용한' 행보를 거듭해왔지만 올해 초부터 `MJ(몽준의 영문이니셜)가 움직인다'는 말이 들리기 시작했다. 정 의원이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키로 한 이명박 전 서울시장, 박근혜 전 대표 중 하나를 밀어줄 수 있다는 소문이었다.

정 의원은 박 전 대표와 초등학교 동창이란 인연이 있는데다 `현대 일가'가 박정희 전 대통령과 가까웠던 만큼, 올해 초만 해도 현대가와의 관계가 소원해진 이 후보보다 박 전 대표 쪽에 서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정 의원은 이 후보와 박 전 대표간 접전이 벌어졌던 경선 때도 침묵을 지켰다. 두 사람의 측근들에 따르면 정 의원은 당시 어느 한 쪽을 지지하기가 곤란한 입장이었다는 후문이다.

그러던 정 의원은 이 후보가 한나라당 대선후보로 결정된 8월 이후 `이명박 지지'를 고려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 명예회장의 묘를 매년 찾아가면서 `진정성'을 보이려 했던 이 후보가 `현대가'에 본격적인 화해 제스처를 취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쯤인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지난 8월 정 명예회장의 부인이자 정 의원의 어머니인 고 변중석 여사가 별세하자 빈소를 지키며 깊은 슬픔을 토로하기도 했다.

정 의원은 이후 이 후보를 돕겠다는 입장을 표명할 시기를 놓고 고민을 거듭해왔다고 한다. 지난달 10일에는 한 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의혹 보도에 대한 언론사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했다. BBK 의혹 등에 시달리는 이 후보를 측면 지원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대목이다.

막후에서 정 의원의 지지 선언을 끌어낸 주역은 경선캠프 선대위원장을 지낸 박희태 의원과 최시중 고문, 강재섭 대표, 이재오 최고위원 등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박 의원과 최 고문은 정 의원과 자주 접촉하면서 설득을 거듭했다고 한다.

이날 이 후보와 정 의원은 시내 롯데호텔에서 조찬 회동을 갖고 `동지관계'가 될 것을 다짐했다. 회동 후 이 후보는 환한 얼굴로 정 의원에게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했고, 정 의원은 "얼마 안 남았으니 건강관리 잘 하라"고 덕담을 건넸다.

두 사람은 비공개 회동에서 한국경제가 처한 어려움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교환한 뒤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절실함에 공감했고, 최근 남북관계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고 박형준 대변인이 전했다.

이승우 기자 leslie@yna.co.kr (서울=연합뉴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1.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2.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3.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4.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5.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