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의원과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현대’라는 공통 분모를 갖고 있다. 이 후보는 1965년 현대건설에 입사해 92년 초 퇴사할 때까지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형제들을 제치고 사장·회장을 지내며 승승장구했고, 정 의원은 78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87년 회장을 역임했다.
그러나 한 사람은 정주영 명예회장의 아들이었고, 한 사람은 결국 ‘남’이었다. 1991년 국민당을 창당할 때, 20여년 넘게 ‘왕회장’의 총애를 한몸에 받던 이명박 후보가 민자당 행을 택하자, 두 사람의 관계는 ‘가깝고도 먼’ 사이가 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정 명예회장의 정계 진출을 돕지 못한 이 후보가, 당시 국민당의 대표 공약이었던 ‘반값 아파트’에 부정적인 뜻을 표하자 정 명예회장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선 이 후보와 ‘현대 일가’가 여전히 사이가 좋지 않다는 추측이 지배적이었다. 정몽준 의원도 그동안 사석에서 이명박 후보에 대한 불신감을 감추지 않고 직설적으로 표출하곤 했다. 정 의원은 3일 한나라당 입당 직후 기자회견에서, 불화설이 나돌던 두 사람이 화해한 것으로 볼 수 있냐는 질문에 “사람들 감정은 여러가지가 있지 않겠나. 복합적 감정이다”라고 말한 뒤 “아버지와 이 후보는 서로 상대편의 능력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서로 고마워하는 사이가 아니었나 싶다”라고 말했다. 이젠 ‘정치적 동지’가 됐지만 그동안 쌓여온 감정적 앙금을 부인하진 않은 셈이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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