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몽' 여전…진통 만만찮을 듯

먼저 단일화를 바라보는 기본 시각부터 차이가 난다. 문 후보는 선거연합 차원의 단일화가 아니라 `양자택일'식의 단일화를 내걸고 있다. 문 후보는 이날 회견에서 "둘중 하나가 결단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고, 측근들은 "정 후보의 사퇴가 목적"이라며 배수진의 각오를 보였다. 앞으로 토론과정에서 정권실패에 따른 책임론을 물고 늘어지겠다는 의중이 강하게 읽힌다. 자칫 권력배분의 문제로 비칠 수 있는 연정론은 아예 언급조차 안됐다. 그러나 정 후보측은 문 후보와의 단일화를 `보완효과' 차원에서 보고 있다. 현실적으로 지지율 격차가 크게 나는 상황에서 정 후보로의 단일화는 필연적 수순이고 문 후보는 정 후보의 취약부분을 보완해주는 의미가 크다는 얘기다. 단일화 시기도 문제다. 문 후보측은 대선을 앞둔 주말인 16일을 단일화 시기로 제시하고 있다. 단일화의 마지노선을 정한 것이라는 게 문 후보측의 설명이지만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단일화 논의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정 후보는 최대한 서둘러서 최소한 8일 이전에 단일화를 매듭짓자는 입장이다. 민병두 의원은 "12월16일 단일화는 굉장히 위험스럽다"며 "설령 문국현 후보가 최종 단일후보로 됐더라도 정치적 효과를 전혀 기대할 수 없는 데드라인"이라고 지적했다.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되는 12일 이후 단일화를 이루면 아무런 홍보효과도 없고 설령 효과가 있더라도 표심에 영향을 끼칠 시간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단일화 방법론에서는 TV 토론횟수를 놓고 이견이 엿보인다. 문 후보는 최소 3∼4차례의 공개토론을 통해 유권자들에게 충분히 비교.검증하는 기회를 제공하자고 주장하고 있으나 정 후보측은 한차례의 토론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두 후보간의 단일화가 과연 어느 정도의 시너지효과가 있을 지를 놓고는 견해가 엇갈린다. 일단 정 후보는 호남과 전통적 지지층의 지지가 강하고 범여권의 최대 정파인 대통합민주신당을 이끌고 있다. 이념성향으로는 중도실용 노선이고 남북관계와 평화이슈에 강하다. 반면 문 후보는 현실적 세는 약하지만 참신성을 갖추고 있고 수도권 30-40대와 화이트칼라층에서 인기가 높다. 개혁성향의 CEO 출신으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진짜경제 대 가짜경제'의 구도설정이 용이하고, 참여정부 실정론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운 주자다. 따라서 두 후보가 결합할 경우 `승수효과'가 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귀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연구실장은 "정동영-문국현 조합은 이회창-심대평, 이명박-정몽준 조합보다 확실히 시너지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양측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이유는 후보 개개인의 경쟁력 보다는 `진영'의 문제라는 점에서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만만치 않다. 반여정서가 팽배하고 보수표의 결집이 가속화되는 현 상황에서 국민적 감동과 흥행을 일으켜낼 수 있을 지 미지수라는 것. 하지만 두 후보의 결합은 그 자체만으로도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비 한나라당권의 결속을 추동하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노효동 기자 rhd@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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