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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42개 대학 총학생회장이 MB 지지?

등록 2007-12-04 13:37

명단의 상당수 선언 사실 부인… 주도한 경남대 회장 “대가로 취업문제 해결 요구했다”

신문이나 인터넷을 보다 보면 비중과 상관없이 유독 눈길을 끄는 기사가 있다. 최근 42개 대학 총학생회장들의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지지 선언 기사가 그랬다.

“오로지 땀과 맨주먹 하나로 일어선 사람, 그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여 자아를 실현한 사람,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여겨도 강한 추진력으로 해내는 지도자, 그가 바로 이명박 후보이다.”

42명의 대학 총학생회장들이 내놓은 선언문의 핵심 내용이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이름 석 자만 가린다면 초등학생용 만화 위인전의 발문으로도 손색이 없다.


솔직히 매우 궁금했고, 한편으로 대단히 혼란스러웠다. 대선을 앞두고 특정 대선 후보에 대해 이처럼 노골적으로 파격적 헌사를 바치는 42명 총학생회장의 생각을 듣고 싶었다. 이것이 ‘지성의 요람’이라 불리는 대학의 현주소인가 싶었다.

결과적으로 이들의 이 후보 지지 선언은 어설픈 해프닝으로 마무리됐다. 지지 선언 명단에 포함된 상당수는 지지 선언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최강식 경상대 총학생회장은 11월28일 <한겨레21>과의 전화통화에서 “평소 친분이 있던 주변의 모 대학 총학생회장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명박 후보에 대한 개인적 호불호를 밝힌 것뿐인데 지지 선언 명단에 포함됐다”며 “공식적으로 지지 선언을 한 것이 절대 아니다”라고 밝혔다.

영동대 유준석 학생회장 쪽에서도 “지지 선언을 한 사실이 없고, 지지 선언 명단에 이름이 올라가도록 허락한 적도 없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심지어 9명의 총학생회장이 지지 명단에 포함된 한국폴리텍대학연합에서는 이명박 후보를 지지한 사실 자체가 없다고 밝혔다.

자발적으로 서명한 총학생회장들 역시, 논란이 확산되자 총학생회 등 대학 구성원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개인적 차원에서 이뤄진 일이라고 슬그머니 발을 뺐다. 총학생회장 자격으로 지지한 것이 아닌데도 ‘총학생회장’이란 직함을 활용했다는 것이다.

이들의 행태에 대해서는 같은 보수 진영 내에서도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뉴라이트대학생연합의 최재동 상임대표(연세대 대학원·정치학)는 “학생들의 투표로 뽑힌 총학생회장이라면 행동을 특히 조심할 필요가 있다”며 “지지 선언에 참여한 총학생회장들이 그런 고민을 충분히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 가지 더. 이들이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는 대가로 요구한 것은 ‘취업 문제 해결’이었다. 이번 지지 선언을 주도한 김영태 경남대 총학생회장은 “요즘 지방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이 당면한 최대 고민은 취업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정치적 의사 표현에는 지원해주고 지원받아야 하는 관계가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라고도 덧붙였다.

‘거래’의 정당성을 따지는 것과 별개로, 이들이 선택한 거래의 대상은 과연 적절했을까. 참고로 이명박 후보는 지난 9월12일 충남 목원대 취업박람회 현장에서 열린 대전·충남 지역 대학생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눈높이’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당시 한 학생이 청년실업 대책을 묻자 이 후보는 이렇게 대답했다. “여러분들이 눈을 조금 아래로 낮추면 아직도 일자리는 많다.” “좋은 일자리를 잡아야 여자친구, 남자친구 보기에 좋다는 생각은 이제 버려야 한다.”

최성진 기자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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