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경쟁에 집안 단속 부담…박근혜쪽 움직임에 촉각
이회창 후보의 ‘창당 선언’을 두고 한나라당은 “이 후보가 정치를 계속하려는 본색을 드러냈다”고 맹비난했다. 비난의 한편에선 내년 4월 총선까지 보수 진영의 분열이 고착화하는 데 따른 우려와, ‘이회창 신당’과 경쟁을 벌어야 하는 부담감이 읽힌다.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은 “이회창 후보가 드디어 명분의 가면을 벗고 정치를 재개하겠다는 본심을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한나라당 선대위의 정종복 종합상황실장은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지니까 신당 창당하겠다고 하는데, 한나라당엔 별로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위협적이지도 않고 대수롭지도 않다. 정말 창당할 힘이나 있는지 모르겠다”고 평가절하했다.
그러나 현역 의원들 사이에선 내년 총선 판세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지역의 한 의원은 “‘이회창 신당’이 출현하면 수도권에서 총선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중립 성향의 한 의원은 “이회창 후보가 심대평 국민중심당 대표와 손을 잡을 때부터 대선 완주는 물론 총선 때까지 가겠다는 뜻이었다. 이제 창당을 선언함에 따라 한나라당이 내년 공천에 상당한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한나라당내에선 대선 이후 박근혜 전 대표 쪽 의원들의 동향이 중요해졌다는 평가가 많다. 박근혜 전 대표 쪽 의원들로선, 한나라당 바깥에 또다른 보수 신당이 생겨나는 게 선택의 여지를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 의원은 “이회창 후보의 창당 선언은 총선 구도가 다당제로 들어가는 신호탄”이라며 “정권교체 때문에 국민들이 (이명박 후보를) 압도적으로 지지하지만, 총선 때도 그러리라 보긴 어렵다. 내년 총선은 정말 쉽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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