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특검법’ 처리를 앞두고 대통합민주신당과 한나라당 의원들이 대치 중인 국회 본청에 16일 밤 한나라당 당원·지지자 수백명이 몰려와 본청 안으로 진입하려다, 이를 막는 국회 경위 및 국회경비대 소속 의경, 대통합민주신당 당직자들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한나라당 당원들 본청 강제진입
대통합민주신당과 한나라당의 ‘이명박 특검법’을 둘러싼 국회 심야 대치는 16일 밤 이명박 후보가 특검법을 전격 수용하기로 하면서 자동 해소됐다. 이 후보는 이날 밤 대선후보 마지막 합동토론회가 끝난 뒤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그동안의 특검법 반대 당론을 번복했다. 이 후보가 특검법을 수용하기로 방향을 바꾼 것은 비비케이 동영상 공개로 인한 역풍을 막고 대세론을 이어가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두 당은 이 후보의 기자회견 직전까지 국회 본관에서 서로 몸싸움과 욕설이 난무하는 일촉즉발의 대치를 하고 있었다.
■ 국회 진입 시도 몸싸움=16일 밤 8시, 국회 본청 앞 현관엔 한나라당 소속 수도권 시·군·구 의원 400여명이 집결했다. 국회 본회의장을 안에서 걸어잠근 채 사흘째 점거 중인 통합신당에 맞서, 한나라당이 본회의장을 ‘탈환’하기 위해 당 소속 지자체 의원들을 소집한 것이다. 출입증 없이 본청으로 들어가려던 이들은 국회 경위와 의경들에게 “절차를 밟고 오라”며 저지당했다. 현관 안쪽에서 의경 뒤를 받치고 있던 통합신당 보좌진들 사이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8시25분, “스크럼 짜서 밀어붙이자”는 주성영 의원의 지시에 맞춰 지자체 의원들이 다시 한번 본청 쪽을 막고 있던 의경들의 ‘저지선’을 뚫으려 시도했다. 밀고 밀리기를 반복하던 일부 지자체 의원들은 현관 옆 한나라당 사무처 사무실의 창을 통해 본청 안으로 진입했다. 현관 안에선 두 당 보좌진들 사이에 거친 말싸움이 벌어졌다. 통합신당 쪽은 “이명박은 물러가라”고 구호를 외쳤고, 한나라당 쪽에선 “공작신당 물러가라”고 맞받았다.
9시5분, 8시부터 의원총회를 열었던 한나라당 의원들이 “시·군·구 의원들을 구하자”며 현관 쪽으로 가세했다. 한나라당 보좌진들이 두 줄로 늘어서 현관 안쪽에서 스크럼을 짰다. 밖에 있던 지자체 의원들을 데리고 들어오려던 한나라당 의원들은 역시 의경과 통합신당 보좌진들에게 가로막혔고, 이들 사이엔 한동안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보좌진들 사이에선 욕설이 터져 나왔고, 넘어지고 서로 부딪혀 20분 넘게 아수라장이 연출됐다. 일부 보좌진들은 찰과상을 입기도 했다. 한 한나라당 의원의 입에선 “투견장이네, 투견장”이란 혼잣말이 흘러나왔다.
한편, 임채정 국회의장은 부상자 발생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국회 경비대를 긴급 투입했고, 국회의 모든 출입문을 봉쇄해 국회 관계자가 아닌 사람들의 출입을 막았다.
■ 본회의장 신경전=이에 앞서 한나라당은 17일 오전 9시 법사위 전체회의를 열자고 통합신당에 요구했지만, 통합신당은 특검법 수용 의사를 먼저 밝히지 않는 한 회의 소집에 응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특히 통합신당은 ‘이명박 동영상’에 잔뜩 고무된 분위기다. 16일 농성 중인 국회 본회의장에서 긴급 의총을 소집한 김효석 원내대표는 “하늘이 도왔다”는 말로 ‘동영상 효과’에 큰 기대를 걸었다. 통합신당은 이날 특검법의 수사기한도 30일로 단축하는 등 공세 수위를 높였다. 이명박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당선자 신분인 2008년 2월24일 이전에 수사가 끝나도록 하겠다는 계산이다.
한나라당은 임채정 국회의장의 사퇴 요구로 맞섰다. 한나라당은 17일 전체 의원 이름으로 임 의장 사퇴권고 결의안을 내고, 임 의장이 진행하는 국회 의사일정도 거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특검법 표결 처리만큼은 물리력을 동원해서라도 막겠다는 결의를 보였다.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은 “죽을 각오로 싸워서 (특검법 처리를) 반드시 저지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조혜정 기자 hckang@hani.co.kr
한나라당은 임채정 국회의장의 사퇴 요구로 맞섰다. 한나라당은 17일 전체 의원 이름으로 임 의장 사퇴권고 결의안을 내고, 임 의장이 진행하는 국회 의사일정도 거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특검법 표결 처리만큼은 물리력을 동원해서라도 막겠다는 결의를 보였다.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은 “죽을 각오로 싸워서 (특검법 처리를) 반드시 저지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조혜정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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