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태고문 “대통령이 총선 공천 모른 척 할 수 있나”
박근혜쪽 “당 독식하겠다는 발상”…강대표 “당헌 유지”
박근혜쪽 “당 독식하겠다는 발상”…강대표 “당헌 유지”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쪽은 한나라당 당헌의 ‘당-청와대 분리’ 규정을 폐지하고, 대통령이 당무까지 책임지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인 것으로 21일 알려졌다.
그러나 이 사안은 당장 내년 4월의 총선 공천권 문제와 직결돼 있어, 박근혜 전 대표 쪽의 강한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사태 추이가 주목된다.▶ 관련기사 5면
당내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 캠프의 선대위원장을 지내고 대선에선 선대위 고문을 맡았던 박희태 한나라당 의원은 이날 당-청 분리를 규정한 당헌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의원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참여정부의 실패는 정치현실에 맞지 않는 당-청 분리 구도로 갔기 때문”이라며 “한나라당 당헌에 당권과 대권을 분리해야 한다는 취지를 담을 때는 대통령이 없었던 시기다. (당과 청와대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새로운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총선 공천에서도 “공천을 대통령이 모른 척할 수 있나. 공천심사위원회가 공정하게 심사를 한 뒤엔 당과 대통령이 서로 협의해야 한다”고 말해, 사실상 내년 4월 총선 공천에 청와대가 적극 개입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명박 당선자 쪽은 이미 당·정 사이 유기적 협조 체제를 구축할 방안 마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당헌당규에 ‘당·정 일체’ 조항을 새로 넣거나, 당정협의회 외에 별도의 기구를 만들어 청와대와 당이 노무현 정부 때보다 훨씬 밀착하는 관계를 갖도록 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이 당선자 쪽 인사들이 전했다.
그러나 강재섭 현 대표는 이날 오전 <문화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 현재 당이 만들어놓은 지도체제가 내년 7월까지 갈 것이다. 그 전에 당헌당규를 바꾸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며 당-청 분리 규정을 유지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강 대표는 “당권, 대권을 분리하는 것이 야당 때나 있는 일이라고 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 당권과 대권을 분리한다는 말은 결국 대통령을 배출한 당일 때를 예상하고 만들어놓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청한 박근혜 전 대표 쪽의 한 의원은 “이 당선자 쪽이 선거에서 승리하자마자 당헌을 무시하는 발언을 하는 것은 당을 독식하겠다는 오만한 발상”이라며 “과거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집권 뒤 신당 창당’ 발언과 연결된 것으로, 그렇게 하면 우리도 좌시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