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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대통령의 ‘공천권’은 정당 민주주의 후퇴

등록 2007-12-23 19:18수정 2007-12-23 22:26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20일 서울 견지동 안국포럼에서 제임스 맥거리스 번스가 쓴 <역사를 바꾸는 리더십>이라는 제목의 책을 보며 향후 정국 운용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20일 서울 견지동 안국포럼에서 제임스 맥거리스 번스가 쓴 <역사를 바꾸는 리더십>이라는 제목의 책을 보며 향후 정국 운용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나라 ‘당-청 분리’ 폐지 논쟁의 허와 실
‘당-청 일체’땐 여당의원 ‘거수기’ 가능성
노 정권 경직된 ‘분리’로 국정난맥 겪기도
전문가 “대통령이 공천권 개입은 말아야”
시금석이란 게 있다. 한나라당의 ‘당-청와대 분리조항’ 폐지 논쟁은 이명박 정권의 순항 여부를 결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쟁점이다.

대통령과 여당이 어떤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행정부와 정당은 분위기가 크게 달라진다.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되면 여당 의원들은 거수기가 되고 국회는 ‘통법부’가 된다. 5~6공 시절이 그랬다. 이제 와서 다시 대통령이 공천권과 당 인사권을 손에 쥐는 것은 정당 민주주의의 명백한 후퇴다. 당은 무력화할 것이다. 반대로 대통령과 여당이 싸우면 국정 난맥이 온다. 노무현 정부가 그랬다. 어느 쪽이든 부작용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박희태 한나라당 의원이 최근 제기한 논쟁의 포인트는 두 가지다. 첫째, 책임정치를 구현하기 위해 대통령과 여당이 어떻게 의사소통을 할 것인가? 둘째, 당선자나 대통령이 여당의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인가?

‘역사’를 살펴 타당성을 짚어보자. 현직 대통령과 여당의 관계는 지난 10년 동안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큰 쟁점이었다.

2001년 11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임기 말 측근비리에 몰려 총재직을 내놓았을 때, 민주당은 ‘민주당 발전과 쇄신을 위한 특별대책위’(특대위)를 구성해 ‘새로운 정당’의 얼개를 짰다. 특대위는 총재직 폐지, 대선후보와 당대표 분리 등이 포함된 쇄신안을 만들었다. 당·청 분리는 제왕적 총재의 폐해를 막기 위해 탄생한 개념이었다.

문제는 대선 뒤에 일어났다. 노 대통령은 당헌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당무보고를 받지 않았다. 2004년 국회의원 선거 공천에 개입하지도 않았다. 대신, 당의 요구나 건의를 거의 받아들이지 않았다. “나도 당에 개입하지 않을테니,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인사와 행정부 운영에 당이 개입하지 말라”는 메시지였다. 열린우리당은 ‘소통’ 문제를 제기하며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 부활을 요구했지만 노 대통령은 거절했다.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갈등은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국가보안법 폐지 등으로 악화일로를 걸었다. 그리고 2005년 7월 노 대통령이 한나라당과 ‘대연정’을 제의하면서 거의 파경에 이르렀다.

이명박 당선자는 어떻게 할까? 그는 평소 ‘여의도 정치’에 대한 혐오감을 여러 차례 내비쳤다. 노 대통령과 비슷한 행보를 할 가능성이 있다. 박희태 의원의 문제 제기는 그런 맥락에서 일부 타당성이 있다. 특히 의사소통 부분은 일리가 있다. 책임정치 및 정당정치 차원에서 대통령과 당은 공동운명체다.

한나라당의 당헌 8조는 당과 대통령의 관계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은 당의 정강·정책을 국정에 반영해야 한다. 당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적극 뒷받침해야 한다. 그 결과에 대해 함께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박희태 의원의 요구는 이런 조항을 현실적으로 담보하기 위해서라도 대통령의 공천 협의권, 사실상 공천권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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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한나라당 당헌은 집권 이후 대통령과 당의 관계를 생각하지 않고 만든 것일까? 당헌 개정을 주도했던 홍준표 의원은 “집권했을 때 당과 대통령의 관계를 다 염두에 두었기 때문에 갈등의 소지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지금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겠다”고 입을 다물고 있다. 그는 클린정치위원장으로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이바지했다.

박희태 의원의 주장을 두고 손혁재 교수(성공회대)에게 논평을 요청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의 전례에 비추어 이런 평가를 했다.

“노 대통령이 공천이나 국회직·당직 인사에 개입하지 않은 것은 평가해야 한다. 그러나 국정과 정책에서 당과 청와대가 따로 움직인 것은 비판해야 한다. 대통령은 당 사람들을 정무직 공무원으로 채용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이런 제도를 활용하면 된다. 그러나 공천이나 당직 인사에 개입하려 드는 것은 안 된다.”

손 교수는 박 의원의 주장이 ‘권력 다툼’이라는 ‘현실적’ 분석도 내놓았다. 1987년 12월 대선에서 노태우 후보가 당선된 뒤 눈앞의 국회의원 선거 공천을 놓고 전두환·노태우 두 사람의 힘겨루기가 있었는데, 최근 한나라당의 양상이 이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안에서도 박희태 의원의 발언을 ‘권력 투쟁’이나 ‘호가호위’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꽤 있다. 박근혜 전 대표 쪽 인사들이 특히 그런 편이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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