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들어선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에서 26일 오후 경호팀과 실무자들이 새정부 시책이 적힌 현판 앞을 바삐 오가고 있다.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김형오 인수위 부위원장 “정부조직 2월초까지 개편”
한나라 내부도 회의적…‘공무원 군기잡기’ 깔린듯
한나라 내부도 회의적…‘공무원 군기잡기’ 깔린듯
김형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이 내년 1월 말∼2월 초에 정부조직 개편을 단행하고 새 정부 출범 전에 인선까지 마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실현 가능성은 회의적인 게 사실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조직법을 완전히 뜯어고쳐야 하고 다수인 범여권을 설득해 국회 의결까지 마쳐야 하는 등 지난한 과정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 왜 이렇게 서두르나=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구상하고 있는 ‘실용정부’의 모습은 경제 분야의 기획 능력을 강화하는 한편, 나머지 부처들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와 과감한 기능 재배치를 통해 군살을 뺀 뒤 한데 묶는 것이다. 이를 ‘대부처 대국주의’라고 한나라당은 표현한다.
한나라당이 새 정부 출범 전 조직개편을 완료하겠다고 서두르는 데는, 일단 말은 꺼내놓고 보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참여정부의 공조직이 비대하고 비효율적이라는 여론이 높기 때문에, 새 정부가 이를 바로잡겠다는 데 범여권이 반대한다면 초장부터 ‘발목잡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범여권의 반발 때문에 정부조직법 통과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엔 이를 ‘명분’ 삼아 총선에서 다수석을 얻겠다는 속내도 엿보인다. 또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공무원에 대한 기강잡기 성격도 있어 보인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새 정부가 출범하는데 앞길을 막는다면 ‘예의’가 아니다”라며 범여권을 압박했다. 밀어붙여서 새 정부 출범 전에 개편을 완료하면 다행이고, 그렇지 못하더라도 손해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이러한 급박한 일정에 대해선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목표는 그렇게 정해야 한다”면서도 “여당이 받아들여 줘야 가능할 텐데…”라며 말을 흐렸다.
■ 현실적 문제들=정부조직 개편을 위해선 44개 조항에 이르는 정부조직법을 전면 개정해야 한다. 이러한 전부개정 법률안은 상임위 심사와 공청회 개최, 법사위 심사를 거친 뒤 20일 이후에 본회의에 상정하도록 돼 있다. 범여권과 현 정부의 적극적인 협조가 있다 하더라도 법이 공포될 때까지 최소 30일은 걸릴 것으로 보인다. 더 큰 문제는 예산이다. 현 정부조직법은 행정기관 또는 소속기관을 설치하거나 공무원의 정원을 증원할 때 반드시 예산상의 조처를 병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달 말 국회에서 처리될 예정인 내년 예산안은 이미 현 정부의 조직구조에 따라 편성돼 있다. 국무총리·부처 장관 등 국무위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 절차도 필요하며, 공무원 조직의 저항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 부정적인 통합신당=대통합민주신당은 정부조직법이 제출될 경우 각 당이 법안 내용의 타당성을 충분히 검토하고 조율한 뒤 절차대로 처리하면 된다는 원칙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명박 당선자가 검토하고 있는 정부조직법의 내용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반응을 내비쳤다. 최재성 원내 공보부대표는 “교육인적자원부 폐지, 청와대 정책실 폐지 등은 위험한 발상”이라며 “효율성이라는 잣대 만으로 정부조직을 개편하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또한 청와대를 정책적으로 견제할 정부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유주현 유신재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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