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낙청 교수
백낙청 교수 “실용주의는 환상”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가 1일 출판사 창비의 온라인 뉴스레터 ‘창비주간논평’을 통해 ‘대선 직후에 서둘러 할 일들’이란 제목의 글을 발표했다.
그는 이 글에서 이명박 정부의 출범이 ‘87년체제의 극복’을 뜻한다는 당선인 주위 이론가들의 주장을 비판했다. 뉴라이트 이론가들은 이명박 후보 당선으로 민주화는 완성됐고 선진화라는 다음 단계로 가야한다고 주장해왔다.
백 교수는 이 글에서 “무원칙한 실용주의에다 천민자본주의적 체질까지 고스란히 안고 출범하는 정부가 진정한 선진사회를 이룩한다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당선자 스스로가 과감한 결단으로 국민을 감동시키고 이 사회 민주역량의 흔연한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이 역사적 과제는 다시 한번 일반 시민들의 무거운 짐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백 교수는 우리 사회가 서둘러 해야 할 일로 △‘한반도대운하’ 등 당선자 선거공약에 대한 철저한 점검 △노무현 정부에 대한 엄정한 평가 △이명박과 삼성 특검 수사의 공명정대한 수행을 꼽았다. 그는 경부운하 추진세력이 총선에서도 승리한다면 ‘두 차례나 국민검증을 받았다’며 “거침없이 밀고 나가기 쉽”다면서 범국민적 검증작업을 하루 빨리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마침 총선도 닥치고 하니까 ‘노 정권에 대한 국민의 심판’을 마구잡이로 휘둘러대는 경향이 없지 않다”면서 적어도 시민사회, 지식인사회는 노 정권에 대해 이제 좀 더 정교하고 엄밀한 인식을 추구할 때가 되었다고 했다. 그는 노 정권이 한반도 평화와 남북화해를 진전시켜온 공로를 무시할 수 없다면서 노 정권의 대북 정책이 이명박 당선인에 비해 분명히 더 낫다는 평가를 우리 사회가 공유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그는 대선 승리를 이유로 이 당선인의 의혹 규명작업을 중단한다면 그것 자체가 새로운 관권개입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백 교수는 철저한 재수사 끝에 혐의가 입증된다면 “당선인 자신이 국민 앞에 ‘고해성사’를 치르고 취임하는” 게 최선이라고 밝혔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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