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당선인 ‘2월 임시국회 이후 공천’ 발언에 술렁
내부 갈등 다시 불거질 가능성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1일 사실상 총선 공천을 2월 임시국회가 끝난 뒤로 미뤄야 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공천 시기를 둘러싼 한나라당 내부 갈등이 다시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 당선인은 이날 <한국방송>과 한 대담에서 “이번 (2월 임시) 국회에서 정부조직법도 바꿔야 하고, 총리 임명해서 모든 각료들 (인사) 청문회도 해야 하는데, 그 기간에 공천 문제가 겹치면 공천 안 된 국회의원이 거기 나와서 일을 하겠느냐”고 말했다.
그가 지적한 대로 2월 임시국회에서는 정부조직법이 개정돼야 이 당선인의 정부조직 개편 구상을 새 정부 출범에 시행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조직의 통폐합 쪽으로 방향을 잡은 이 작업엔 공무원들의 반발이 예상되고, 대통합민주신당 쪽도 호락호락 손을 들어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과 이 당선인 쪽이 긴밀한 협조 체제를 갖추지 않으면, 이명박 정부의 출범 초기 청사진은 실행되기 어려운 게 현재 국회 의석 구도이다. 이미 ‘물갈이’를 예고한 대로, 적지 않은 현역의원들이 공천에서 탈락할 수 있기 때문에 임시국회 전에 공천 명단을 발표하면, 탈락한 의원들의 ‘협조’는 물건너가는 셈이다. 이 당선인 진영의 좌장 격인 이재오 의원이 <프레시안> 인터뷰에서 “10년 만에 정권을 교체한 여당이 됐다. 여당은 대통령이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4월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압도적인 지지를 얻으려면, 공천 시기를 최대한 늦춰 공천 탈락자들이 ‘적군’으로 돌변할 가능성을 차단해야 할 필요성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이 당선인 스스로 공천 시기를 늦춰야 한다고 못박자, 이미 감정이 상할 대로 상한 박근혜 전 대표 쪽은 “결국 밀실 공천을 하겠다는 이야기냐”며 반발했다. 대선 직후부터 당내에서 공천 시기를 늦추자는 주장이 고개를 들면서, 박 전 대표 쪽에선 “‘친박’(친박근혜) 인사들을 배제하려는 정치적 의도”라고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이에 강재섭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이 당선인 주변 일부에서 하는 얘기”라며 분란을 잠재우려는 노력을 해왔다. 그러나 이 당선인의 이날 발언으로, 지난주 이 당선인과 박 전 대표의 만남 뒤 잠잠해지는 듯하던 공천 갈등은 다시 격화할 가능성이 높다.
박 전 대표의 한 핵심 측근은 “이 당선인의 얘기는 사실상 3월에 공천을 하겠다는 건데, 그때까지 저쪽(이 당선인 쪽)에서 손 놓고 가만히 있겠느냐”며 “밀실공천을 다 해놓고 마지막에 방망이만 두드리겠다는 소리”라고 비난했다. 또다른 측근 인사도 “당엔 최고의결기관인 최고위원회의와 당 대표가 있고, 관행과 상식이 있다. 당권·대권 분리 원칙을 완전히 무시하는 발언”이라고 말했다.
당내 일부에선 박 전 대표 쪽이 조만간 공개적으로 반발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청한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박 전 대표는 요즘 ‘같이 죽고 같이 살자’는 뜻의 말을 많이 한다. 앞으로 더 구체적인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당내 일부에선 박 전 대표 쪽이 조만간 공개적으로 반발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청한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박 전 대표는 요즘 ‘같이 죽고 같이 살자’는 뜻의 말을 많이 한다. 앞으로 더 구체적인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