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 “처음부터 다시”
정부 “중·싱가포르 내국인 허용”사실과 달라
여 ‘외국교육기관특별법 TF’ 구성
미 상의 “영어학원으로 변질 막아달라” 경제자유구역에 설립되는 외국 교육기관에 내국인 입학을 허용하는 문제를 놓고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물론, 여당 교육위원회 소속 의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려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당정은 이 문제를 담은 ‘외국교육기관특별법’을 이번 임시국회에 처리하기로 방침을 정한 상태다. 이 법안의 핵심 쟁점은 외국 교육기관의 내국인 비율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이냐는 것이다. 당정은 애초 정부안의 ‘내국인 비율 50%’에서 여당이 주장한 10∼40%로 낮추기로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하지만 정부가 국회에 보고한 외국의 교육개방 사례 가운데 일부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면서 상황이 조금 복잡해졌다. 열린우리당은 14일 외국교육기관특별법 태스크포스를 꾸려,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기로 했다. ◇ 정부의 ‘허위 보고’가 논란 키워=지난 3∼5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두 팀으로 나눠, 중국 상하이와 싱가포르의 교육개방 실태를 시찰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외국교육기관특별법 제정을 추진하면서 내놓았던 외국 사례가 잘못된 것임이 드러났다. 재정경제부 경제자유구역기획단은 지난해 12월 “우리는 외국 교육기관 유치에서 경쟁국인 중국과 싱가포르보다 후발적 상황”이라며 “중국과 싱가포르의 외국학교는 자국인 입학을 허용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4월초 현장시찰 결과, 중국과 싱가포르 모두 내국인의 입학을 허용하는 외국 교육기관은 없었다. 구논회 열린우리당 의원은 “싱가포르 교육부 차관은 ‘앞으로도 국가 정체성 교육을 우선해야 할 초·중·고교과정에서는 내국인의 외국인학교 입학을 허용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상하이를 다녀온 같은 당 최재성 의원도 “정부가 사실을 왜곡했거나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라며 “정부가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추진하는 법률에 무조건 동의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 “처음부터 꼼꼼히 따져보자”=정부가 지난해 6월 제출한 이 법안은 경제자유구역내 외국인학교의 초·중등 교육과정의 내국인 입학을 전체 정원의 50%까지 허용하고, 국내 상급학교 진학 때 이들 학교의 학력을 인정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고 있다. 경제자유구역의 성패가 외국 교육기관의 유치에 달려 있으므로, 내국인 입학이 대폭 허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과 교육·시민 단체들은 “결국 ‘외국계 귀족 사립학교’를 만들어 국내 공교육 기반을 흔드는 조처”라며 강하게 반대해 왔다. 열린우리당 교육위원들도 외국 시찰 이후 “해외에서도 검증되지 않은 제도를 도입한다면, 다국적 교육기업의 잇속만 챙겨주거나 공교육의 뼈대가 흔들릴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한 교육위원은 “마치 여당 교육위원들이 법안에 반대해 외국인 투자를 발목 잡는다는 식으로 여론몰이가 돼 왔지만, 외국기업 종사자들은 내국인 학생이 많은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주한 미국상공회의소는 지난 11일 성명을 내어, “국내 외국인학교에 통학하는 학생 대다수가 한국 아이들이다보니 교실 밖 복도나 놀이터에서 한국어가 주로 통용된다”며 “국제학교가 한국인 영어학원으로 변질되는 것을 막아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따라 열린우리당 교육위원들은 지난 12일 정세균 원내대표, 김진표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과 잇달아 간담회를 열어, 외국인학교 설립과 관련해 △외국기업 종사자 자녀를 대상으로 한 국·공립 형태의 국제학교를 설립하는 방안 △외국인 학교에 재정·행정적 지원을 하는 방안 △내국인 비율을 최대한 낮춰서 정부안을 수정통과시키는 방안 등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한편, 민주노동당과 교육·시민 단체들은 14일 국회에서 정부의 국회 보고서 왜곡을 항의하고, 내국인 입학 허용 방안 폐기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6s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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