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당선인, 재벌총수 만나 투자 독려하자…
“전경련이 파악할 일 너무 앞장서 챙겨” 곱잖은 시선
“전경련이 파악할 일 너무 앞장서 챙겨” 곱잖은 시선
최근 국가정보원이 주요 그룹들을 상대로 올해 투자와 고용 계획을 직접 파악한 것으로 드러나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정원이 경제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놔두고서 기업별로 경영 계획을 일일이 파악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 때문에 국익 차원의 정보 수집을 넘어 ‘기업 활동 개입’이라는 정보기관의 과거 행태가 되살아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7일 주요 그룹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국정원은 최근 주요 그룹들에 지난해 투자 및 고용 실적과 올해 투자·고용 계획 자료를 만들어 줄 것을 요청했다. 국정원은 상당히 구체적인 수준으로 자료를 만들어줄 것을 요청했다고 그룹 관계자들은 전했다. 예를 들어 지난 연말 주요 그룹 총수들이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을 만나기 전에 세웠던 투자 계획과 만남이 있고 난 뒤 바뀐 계획을 제출할 것을 요청했으며, 신규 채용의 경우도 대졸자와 생산직을 분류해 제출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또 기업들의 투자가 일자리를 얼마나 창출할 수 있는지도 자세히 알려줄 것을 주문했다.
이 당선인이 지난해 12월28일 전경련에서 재벌 총수들과 만나 투자를 독려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국정원까지 나서 기업 경영 계획을 파악한 것을 놓고 여러 말들이 나오고 있다. 우선 개별 그룹의 경영 계획은 전경련에서 파악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전달하면 될 일인데, 국정원이 앞장서 챙기는 모습이 자연스럽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국정원은 지난 2003년 조직 개편을 통해 국외 정보에 주력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뒤 산업스파이 색출과 첨단기술 유출 방지에 애를 써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참여정부에서도 주요 그룹별 담당 직원을 두고 필요한 정보를 챙기기는 했으나, 경영 계획에 관여하거나 개입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는 요구는 하지 않았다고 그룹 관계자들은 전하고 있다.
4대 그룹의 한 임원은 “그동안 국정원이 경영 계획을 파악할 때는 전경련을 통한 것으로 안다”며 “이명박 당선인의 최대 관심사가 기업 투자인 만큼 윤곽을 파악하려는 것은 이해 못할 바도 아니지만, 국정원 본연의 역할을 좀 벗어난 감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그룹의 임원도 “국정원이 요청한 자료를 내려니까 은근히 ‘이명박 당선인을 만난 뒤에 뭔가 좀 투자와 고용을 늘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며, 압박감을 느꼈음을 숨기지 않았다. 또 국익 차원에서 이뤄진다는 국정원의 국내외 경제정보 수집과 분석 활동이 자칫 기업 활동에 대한 개입으로 변질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로 나온다.
이에 대해 국정원 쪽은 “새 정부의 핵심 관심인 ‘경제 살리기’ 차원에서 기업 투자의 장애 요소를 파악해 정부가 기업에 도와줄 사항들을 정리해 보려고 자료를 요청한 것이었을 뿐 다른 뜻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