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탈당’ 원인과 파장
이해찬 전 총리는 10일 오후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의 새 대표로 뽑히자마자 탈당 보도자료를 냈다. ‘준비된 탈당’이었다.
그는 ‘국민에게 드리는 글’에서 “손학규 개인 때문이 아니라, 손 대표가 오랫동안 정당생활을 했던 신한국당과 한나라당의 정치적 지향이 결코 제가 추구할 수 있는 가치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탈당 이유를 밝혔다. 그는 “어떤 정체성도 없이 좌표를 잃은 정당으로 변질됐다”고 손학규 대표 체제의 통합신당을 비판했다. 탈당의 명분으로 정체성 문제를 내세운 것이다.
그의 탈당 배경엔 대선참패 책임론이 자신에게 집중되면서 불출마 요구가 분출되고 결국 불명예 퇴진을 강요당할 수 있다는 판단도 깔린 것 같다. 그는 지난 7일 중앙위 결과 ‘손학규 대표 체제’가 확실시되면서부터 ‘친노’ 의원들에게 “정치를 계속할 수 있을지 고민”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실제로 손 대표를 옹립하는 쪽에선 ‘참여정부 책임론’을 전면적으로 제기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손학규 대표가 당의 새 얼굴이 된 것도 참여정부에서 자유롭다는 이유에서였다. 손 대표 체제 자체가 ‘참여정부 책임론’에 터잡고 있는 것이다. 친노 그룹의 한 의원은 “이 전 총리가 당에 남아 있으면 참여정부 책임론에 시달리게 되고, 정계은퇴를 선언하면 참여정부 책임론을 인정하는 모양새가 될 것으로 판단해 탈당 카드를 선택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궁여지책이라는 얘기다.
이 전 총리는 일단 이번 총선에는 출마하지 않되, 정체성을 지켰다는 것을 명분 삼아 총선 이후 정치적 상황을 봐가면서 재기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
친노 그룹의 좌장격인 이 전 총리가 탈당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손학규 대표 체제’에 적나라한 반감을 드러냄에 따라 동조 이탈자가 나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 친노 의원들은 “탈당은 개인적인 결단”임을 강조하고 있다. ‘친노’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친노 의원 가운데 3~4명은 탈당을 고민하는 것 같다”며 “동조 이탈자가 나오더라도 소규모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시민 의원 쪽은 “(탈당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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