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당선인, 유력인들 적임 생각안해” 인선 막판 혼선
인수위, 장관 후보 200명 약식 검증 정부기관에 의뢰
인수위, 장관 후보 200명 약식 검증 정부기관에 의뢰
이명박 정부의 첫 국무총리 인선이 막판 혼선을 빚고 있다. 이 당선인이 그동안 유력하게 검토해 오던 후보군들을 마뜩잖아하면서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 당선인의 한 핵심 측근은 13일 “당선인은 그동안 신문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람들을 적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며 “총리 후보를 다시 검토하면서 인선에 혼란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 측근은 이어 “이 당선인이 한때 대학총장 출신들을 선호한 것은 사실이나, 요즘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이 당선인은 여전히 박근혜 전 대표를 총리 후보 1순위에서 완전히 제외시킨 게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이 당선인의 한 측근은 “지난달 29일 이 당선인이 박 전 대표에게 ‘입각’ 얘기를 했지, 정식으로 ‘총리’를 제안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측근은 “박 전 대표에게 진정성을 갖고, 무게 있게 노력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총리 인선이 늦어지는 또다른 이유는, 새 정부의 첫 총리가 ‘경제 살리기’를 실행할 수 있는 철저한 ‘실무형’이면서도 4월 총선 득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치력’도 갖춰야 하기 때문에 선택이 폭이 넓지 않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 당선인 보좌역인 정두언 의원은 지난 11일 “인품, 실력, 경험 등 서너 가지를 다 갖춰야 한다”며 “인재 풀이 너무 좁다”고 말한 바 있다.
현재 총리 후보로는 한승주 고려대 총장 서리, 손병두 서강대 총장, 이경숙 인수위원장, 이원종 전 충북지사,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안병만 전 한국외대 총장 등의 이름이 계속 거론되고 있으나, 이 당선인은 이들을 포함해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한편 인수위원회는 장관 후보 200여명에 대한 약식 검증을 정부 기관에 의뢰한 것으로 이날 알려졌다. 이 당선인의 한 측근은 “총리, 각료, 청와대 비서실장, 국정원장 후보 200여명의 약식 검증을 거친 뒤, 이를 통과한 인사들 중에서 후보자를 압축한다”며 “이어 본인 동의를 구한 뒤 정밀 검증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약식 검증 명단에 오른 200여명 중에는 현역 의원들도 일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약식 검증을 거쳐 후보군을 압축해 실시하는 정밀 검증은 이르면 15일께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주호영 당선인 대변인은 “정밀 검증에는 대략 1주일에서 열흘 정도가 걸리지만, 현재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 중 대부분은 과거에 이미 검증을 거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당선인의 한 측근은 “최종 총리 후보 지명은 빨라야 다음주 이후가 될 것”이라며 “나머지 장관 후보들은 총리 후보의 제청을 받아 하루 이틀 뒤에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준범 권태호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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