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숙 인수위원장 등 인수위원들(위 사진)과 강재섭 대표 등 한나라당 당직자들(아래 사진)이 14일 오전 서울 삼청동 인수위에서 이명박 당선인의 새해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부양책 안쓸것”…물가상승률 3.5%로 억제
“집값 너무 높아” 부동산정책 속도조절 시사
“집값 너무 높아” 부동산정책 속도조절 시사
14일 새해 기자회견에서 드러난 이명박 당선인의 올해 경제 운용 방향은 당초 공약보다는 ‘안정’ 쪽으로 한걸음 옮겨갔다.
우선 이 당선인은 대표공약이자 성장 우선주의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진 ‘7% 성장’에서 ‘공식 후퇴’했다. 이 당선인은 “7% 성장을 예측한 것은 임기 5년을 기준으로 내놓은 비전”이라며 “올해 7%까지는 힘들어도 6%까지는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핵심인사들이 언급한 6%대 성장론을 자신의 입으로 공식 확인한 것이다. 이 당선인은 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재정지출을 무리하게 하거나 부양책을 쓰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이처럼 이 당선인이 현실론으로 돌아선 데는 소비자 물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은 것도 한 몫한 것으로 보인다. 고유가와 곡물가 인상 등으로 물가가 불안한 상황에서 자칫 무리한 성장 일변도 정책을 펼 경우 물가 상승을 더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았기 때문이다. 이 당선인은 “현재 물가가 3%선인데 올해 물가를 3.5% 사이에서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 말했다. 한국은행과 재정경제부는 올해 물가 상승률을 각각 3.3%와 3.0%로 전망한 바 있다. 이 당선인이 물가 억제선을 3.5%로 제시한 것은 새 정부가 물가 부담을 상당히 심각하게 느끼고 있음을 보여준다.
참여정부와 정반대의 길을 걸을 것으로 예상되던 부동산 정책에서도 일단 속도조절 분위기가 읽힌다. 이 당선인은 “현재 집값은 너무 높다. 현재 가격 이상으로 오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나타냈다. 새 정부의 출범 이후, 집값이 다시 뛸 것이라는 일부의 ‘기대감’을 처음부터 뿌리뽑겠다는 뜻이다.
이 당선인은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는 방법으로 우선 거래의 물꼬를 터주는 쪽을 택했다. 이 당선인은 “거래 활성화를 위해서 양도소득세를 대폭 줄이는 것을 당과 함께 검토해서 가능하면 2월 국회에 상정하도록 할 것”이라 말했다. 현재 10~45%인 1가구1주택자(3년 이상 보유)의 양도세 특별공제 폭을 60~80%까지 늘리는 방안이 우선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이 당선인은 또 미분양 사태를 빚고 있는 지방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해 지방 투기과열지구도 단계적으로 풀 것임을 분명히 했다. 투기 과열지구로 지정되면 6억원 초과 아파트를 구입할 때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모두 40%를 적용받는다. 현재 전국 250개 행정구역 가운데 주택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곳은 77곳으로, 이 가운데 수도권이 71곳이고 나머지 6곳은 충남 천안·아산시와 울산 4개구다. 이와 함께, 새 정부는 기반시설부담금 제도도 손질해 자연스럽게 시장에 물량 공급을 늘리는 방안도 함께 추진할 예정이다. 지난 2006년7월부터 시행된 기반시설부담금 제도는 기반시설 설치비용의 일부를 개발이용자에게 물리는 것으로, 일부에선 부동산 경기를 활성화하는 데 장애물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 높았다. 다만, 이 당선인은 “종합부동산세는 하반기에 가서 다시 검토할 것”이라며, 당장 손질에 나서지는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이명박 당선인의 성장 및 부동산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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