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한나라 독과점 구도 안되고 적정 경쟁 필요”
한나라당에 입당한 정몽준 의원이 “적정 수준의 경쟁이 필요하다”며 정치적 발언을 시작했다. 이명박 당선인이 취임도 하기 전에 차기 대선후보와 관련된 민감한 얘기를 꺼낸 셈이다. 당내 후발주자로서 차기 대선을 위해 적극 뛰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되지만, 경쟁 주자 진영은 예민하게 반응했다.
이명박 당선인의 특사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중인 정 의원은 23일(현지시각) 워싱턴 특파원들과 만나 “좋은 경쟁구도를 만들어 좋은 후보가 나와야 일을 잘 할 수 있는 법”이라며 “적정한 수준의 경쟁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선거는 대통령 선거와 총선, 지방선거”라며 “정치가 경쟁이 과열되면 바람직하지 않지만 경쟁이 너무 없어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경쟁할 때 독과점 구도가 되면 안되고, 불공정한 지위의 남용도 안된다”며 “좋은 경쟁구도를 만들려면 우선 진입장벽이 낮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독과점 구조’와 ‘불공정한 지위의 남용’을 지적한 대목이 눈에 띈다. 이미 상당한 세력과 계파를 구축한 박근혜 전 대표와 이재오 의원 등 잠재적 경쟁자들의 기득권을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당내 기반과 세력이 없는 그가 ‘좋은 경쟁구도’를 언급하면서 경쟁자들을 견제하려는 포석인 셈이다. 차기 도전에 대한 분명한 의지를 밝힘으로써 자신의 ‘주가’를 띄우려는 의도도 담겨 있는 것 같다.
박근혜 전 대표와 이재오 의원 쪽은 경계감을 나타내면서도 장기적 포석의 원론적 발언으로 해석하며 애써 의미를 축소했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원론적인 얘기 아니겠느냐”며 “정 의원은 총선 이후 이명박 당선인 쪽의 지지를 업으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재오 의원 쪽의 한 초선 의원은 “우리가 긴장한다고 무슨 뾰족수가 있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며 “정 의원은 아직 당에 착륙도 하지 않은 상태지만 적당한 시점이 되면 치열하게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이 정치권 진입장벽을 낮춰야 한다고 얘기한 대목에 대해, 중립 성향의 서울지역 한 재선 의원은 “당내 계파의 블록을 진입장벽으로 본 것 아니겠느냐”며 박근혜 전 대표와 이재오 의원의 계파정치와 공천지분 협상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해석했다.
임석규 기자,
워싱턴/류재훈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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