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풍당당(女風堂堂)'
총선이 5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벌써부터 4.9 총선발(發) `여풍'(女風)을 가늠케 하는 징후가 심상치 않다.
대통합민주신당과 한나라당 등 각 당이 여성 전사들을 전면에 배치, 진군 태세를 갖추면서 17대에 이어 18대에서도 여성파워가 위력을 발휘할 지 관심이 쏠리는 것.
여성 의원 비율은 15대 때만 하더라도 4.0%에 불과했으나 16대 때 7.7%로 늘어난 데 이어, 비례대표 50%를 여성에 할당하도록 한 정당법 개정 등에 힘입어 17대 때에는 13%로 처음으로 두자릿수를 기록하는 등 괄목할만한 신장세를 거듭했다.
상대적으로 신선하고 깨끗한 이미지에 힘입어 18대 등원을 노리는 여성 신예들이 줄지어 정치권을 `노크'하고 있는데다 지난 대선 당시 선대위 등에서 발군의 역량을 뽐내며 정치력을 인정받고 `금배지' 재도전에 나서는 현역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예비여당' 프리미엄을 등에 업은 한나라당의 경우 지역구를 희망하는 여성 정치인 대다수가 사실상 출전 채비를 마치는가 하면 비례대표 신청도 러시를 이룰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대통합민주신당 등에선 아직 깃발을 꽂지 못한 경우도 적지 않아 `빈익빈 부익부'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신당 = 비례대표 가운데 이경숙(영등포을), 홍미영(인천 부평을), 김영주(영등포 갑), 이은영(서울 용산), 유승희(서울 종로), 장복심(전남 순천), 신 명(인천 남동갑) 의원 등이 지역구를 확정하고 표밭갈이에 한창이다.
사무부총장을 맡고 있는 김영주 의원은 25년째 한 동네에 살며 17대 국회 초기에 일찌감치 사무실을 개소했으며 종로 토박이인 유승희 의원의 경우 2년여째 표밭을 갈고 있다. 김영주, 장복심 의원은 각각 같은 당 김영대, 서갑원 의원과 공천에서 맞붙게 됐다.
그러나 총선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17대 국회에서 비례대표 1번을 배정받았던 장향숙 의원을 비롯해 박영선, 서혜석 의원 등은 지역구를 정하지 못한 채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김현미 의원은 당초 출마를 검토해 왔던 고양 일산을과 고향인 전북 정읍 사이에서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으며, 신당 불모지인 부산 북.강서을에서 준비해 온 윤원호 의원도 출마 여부를 놓고 고심중이라는 후문이다. 환경부 장관 출신의 김명자 의원은 불출마 결심을 굳혔다고 한다.
총리 출신의 한명숙(고양 일산갑) 의원과 이미경(서울 은평갑) 조배숙(전북 일산을) 의원 등 16대 때 비례대표로 여의도에 진출, 17대 때 지역구에서 살아남은 재선들도 3선 고지를 넘보고 있다. 한 의원은 이명박 당선인 측근인 백성운 대통령직 인수위 행정실장과 붙게 될 전망이며 조 의원은 윤승용 전 청와대 홍보수석과 내부경쟁을 치러야 한다.
당내 지도급 인사들의 수도권 출마론과 맞물려 참여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을 지낸 강금실 최고위원의 수도권 출마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18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한길 의원의 구로을 등이 후보지로 거론된다.
신당은 역량 있는 외부 여성인사를 공동대변인으로 발탁, 비례대표 선정 과정에서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현재 비례대표 후보로는 김상희 최고위원과 최영희 국가청소년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해 박금옥 국회의장 비서실장, 박선숙 전 환경부 차관 등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람들'도 거론된다. 이밖에 유은혜, 김 현 부대변인과 서영교 전 부대변인 등 전.현직 여성 부대변인단도 비례대표 신청을 검토중이다.
▲한나라당 = 나경원 대변인을 비롯해 전여옥 전 최고위원, 진수희 인수위 정무분과 간사 등 비례대표 여성 의원들의 지역구 쟁탈전이 어느 때보다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들은 의정활동과 대선 기간을 거치며 나름대로 두각을 나타내면서 정치인으로서의 검증과정을 성공적으로 완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나 대변인의 경우 서울 송파병, 전 의원은 영등포갑, 진 의원은 성동갑에 각각 공천을 신청해 지역 현역의원이나 당협위원장들과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됐다.
이들뿐 아니라 지난 17대 총선에서 처음으로 50% 이상 공천 규정의 적용을 받아 대거 국회에 진출했던 한나라당 비례대표 여성 의원 가운데, 1번으로 공천을 받은 김애실 의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여성 의원들이 재선을 위한 공천을 신청해 놓은 상태다.
박찬숙 의원은 수원 영통에서, 이계경 의원도 송파을에 공천을 신청했고, 송영선(안양 만안), 박순자(안산 단원을), 김영숙(광진갑), 문 희(금천), 고경화(강서을) 의원 등도 공천신청을 끝마쳤다.
지역구 여성 의원들의 약진도 두드러 진다. 3선의 김영선 의원은 고양 일산을에서 4선에 도전하고 있고, 이명박 당선인과 가까운 전재희 의원은 장관 하마평에 오르내리다 광명을에서 3선 도전에 나섰다. 또 박근혜 전 대표의 핵심 측근인 이혜훈 의원도 지역구인 서초갑에서 재선을 노리고 있으며, `최연소 국회의원'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김희정 의원도 부산 연제에서 재선을 준비하고 있다.
또 비례대표 1번 후보로 거론되는 이경숙 인수위 위원장을 비롯, 선대위 부위원장을 지낸 배은희 리젠바이오텍 대표, 노선희 인수위 부대변인, 이정선 한국장애인 재활협회 이사 등 이 당선인 측근 여성 인사들은 비례대표 후보군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물론 한나라당 `여풍'의 정점에는 이명박 당선인과 대선후보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인 박 전 대표가 있다. 박 전 대표는 본인이 대구 달성에서 4선에 도전할 뿐 아니라, 총선 기간이 본격화하면 특유의 `구름 청중'을 몰고 다니며 전국적 선거 운동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노동당, 자유선진당, 민주당 = 비상대책위 대표를 맡았던 심상정 의원이 최근 신당을 탈당해 대구에서 출마를 준비 중인 유시민 의원 지역구인 고양 덕양갑에 도전장을 던진 것을 비롯, 이영순(울산 남구 갑), 최순영(부천 원미 을), 현애자(제주 서귀포) 등 비례대표 의원들이 대거 지역구 입성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2.3 전대 이후 당이 본격적인 분당 수순에 들어간 상태여서 이들이 어느 당 `간판'을 달고 나갈지는 불투명한 상태이다.
지난 1일 중앙당을 창당한 자유선진당의 경우 첫 여성 법원장 출신인 이영애 최고위원, 이혜연 대변인 등이 비례대표 후보로 물망에 오르고 있다.
신당과 통합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민주당의 경우 불투명한 당 상황과 맞물려 비례대표 여성의원들이 아직 최종 결심을 내리지 못했다. 손봉숙 의원은 지역구 출마를 검토 중이나 아직 출마결심을 정하지 못했고 김송자 이승희 의원, 신낙균 최고위원은 출마 여부를 고심 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여성 정치인들에 대한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실제 인력풀은 그다지 넓지 못하다는 지적도 있다. 당장 비례대표 부문에서 50% 여성 공천 몫을 채우기도 녹록지만은 않다는 얘기다.
17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을 담당했던 한 인사는 "막상 여성 비례대표 50%를 채우는 작업이 쉽지 않다"며 "정치권에서 영입을 원하는 여성 인사들은 정치에 입문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공천을 희망하는 여성 인사 가운데 상당수는 함량미달인 경우가 많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신당 관계자는 "비례대표 선정 등에서 개혁적 성향의 진취적 여성들을 적극 기용할 생각이나 전체적인 영입난 속에 어느 정도 결실을 얻을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송수경 김경희 기자 hanksong@yna.co.kr (서울=연합뉴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