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가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도중 정봉주 총선기획단 부단장과 이야기하고 있다. 손 대표는 이날 “마치 우리가 정부조직개편안에 전면 반대하고 발목을 잡는다고 하는 것은 새 정부의 잘못된 일방적 선전”이라고 말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이 당선인 “양보 없다” 강경 유지
인수위쪽 ‘해양부 존치’ 공감
인수위쪽 ‘해양부 존치’ 공감
정부조직 개편과 관련해 통합민주당(민주당)이 해양수산부와 여성가족부의 존치를 거듭 주장하고,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더이상의 부처 양보는 없다”고 단호한 태도를 보이면서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이 당선인과 한나라당은 14일까지 통합민주당 설득이 안 되면 15일 ‘부분 조각’을 단행할 수밖에 없다는 뜻을 보여, 협상이 중대 고비로 치닫고 있다.
통합민주당의 이날 요구는 그동안 주장해온 △해양수산부 △여성가족부 △농촌진흥청 존치에서 ‘농촌진흥청 존치’ 논의만 새 정부 출범 뒤로 미룬 것이다. 즉,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13개 부처에다 기존 합의된 통일부를 존치시키고, 해수부와 여성부까지 추가해 16개 부처로 하자는 제안인 셈이다. 그러나 통합민주당 내부적으로는 통일부 외에 해수부 하나만 더 살리는 선에서 타협점을 모색하려는 움직임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명박 당선인은 완강하다. 이 당선인은 이날 “(통일부 외에) 부처를 더 늘리면 ‘작은 정부’ 공약에 어긋난다”며 14개 부처를 고수할 뜻을 밝혔다고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전했다. 안 원내대표는 “김효석 통합민주당 원내대표에게도 해수부·여성부 존치는 절대 안 된다는 뜻을 전했다”며 “14일에도 협상이 안 되면 최종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렬 때는 통일부를 포함한 14개 부처 장관과 1개 특임장관 등 15명의 국무위원 인사청문 요청안을 국회에 제출할 수밖에 없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그러나 겉으로 완강한 양쪽의 주장과 달리, 내부적으로는 한발씩 양보해서 타협을 보려는 기류도 감지된다. 이 당선인이 이날 내놓은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와의 14일 회동 제안을 손 대표가 전격적으로 받아들일 경우, 극적인 타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타협에 나선다면, 해수부가 협상의 지렛대로 주목된다. 통합민주당의 한 핵심 인사는 이날 “내부적으로는 여성부보다는 해수부를 살리자는 의견이 더 강하다”라고 말했다. 여성부 존치 주장을 양보할 수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이 당선인 진영 안에서도 해양부 존치 의견이 있다. 이 당선인 쪽의 한 관계자는 “해수부는 여야 모두 바닷가 쪽 의원들 중심으로 존치시키기를 원하고 있다”며 “해수부를 존치시킨다고 해서 정부조직 개편 취지가 다 흔들리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양당 내부에서는 여성부를 존치시키자는 요구도 있어, 해수부 대신 여성부 존치로 타협을 이룰 가능성도 거론된다. 어떤 경우든 15개 부처에 1개 특임장관을 두는 ‘15+1’ 형태의 타협이 되는 셈이다. 인수위의 한 핵심 인사는 “부분 조각으로 가는 것은 양쪽 모두에 큰 부담인데 타협점을 찾지 않겠냐”고 말했다.
황준범 이지은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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