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18일 오전 청와대 관저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에게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18일 오전 청와대에서 비공개로 만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을 이번 주내에 처리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주호영 당선인 대변인은 “이 당선인이 ‘노 대통령 임기 안에 처리됐으면 한다’는 희망을 피력했고, 노 대통령도 적극 공감했다”고 전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도 “참여정부 임기내 비준에 공감하고, 함께 협력하기로 했다”며 “비준 당사자인 국회에 던지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회동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1시간45분 동안 이뤄졌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새 정부 출범(25일) 이전에 협정 비준안이 국회를 통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원내 1당인 통합민주당의 최재성 원내대변인은 “비준 동의안을 2월 임시국회에서 서둘러 처리하는 게 국익에 보탬이 되는지 분명하게 따져봐야 한다. 미국 정부가 비준동의안을 의회에 제출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우리가 먼저 비준동의안을 처리하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게 통합민주당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과 이 당선인은 또 미국 의회가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의 전제조건으로 내건 쇠고기 수입 개방 확대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주호영 당선인 대변인은 “의회에서 비준안이 통과되는 데 장애가 되는 것을 제거하자는 논의가 있었다”고 말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확대 문제를 현정부에서 마무리해 달라는 뜻을 전달했음을 내비쳤다.
그러나 두 사람은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해선 기존 입장을 반복하며 의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쪽 대변인의 브리핑 내용에도 미묘한 차이가 드러났다.
주호영 당선인 대변인은 “통합민주당이 존치를 요구하는 해양수산부 문제에 대해 노 대통령이 ‘물류 측면에서 보면 통합이 맞는 것 같다’는 의견을 보였다”고 밝혔다. 듣기에 따라선 노 대통령이 이 당선인의 해양부 폐지 방침에 손을 들어준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편안한 대화 중에 물류 측면에서 해양수산부 통합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고 말한 것이지 노 대통령이 인수위의 정부조직 개편안에 찬성한다는 게 결코 아니다”라면서 “당선인 쪽에서 일방적으로 공개한 것으로 굳이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승근 황준범 기자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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