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9일 경기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연수원에서 ‘이명박 정부 국정운용에 관한 합동워크숍’이라고 적힌 펼침막 아래서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한승수 총리 후보자. 사진공동취재단
‘국정을 사용한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청와대 수석과 장관 후보자들을 모아 16~19일 나흘 동안 벌인 행사 이름은 ‘이명박 정부 국정 운용에 관한 합동 워크숍’이었다. 그런데 의미상 ‘국정’에는 ‘운용’(運用)이 아니라 ‘운영’(運營)이 적절한 표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표준국어대사전> 등의 풀이를 보면, ‘운용’은 구체적인 사물이나 제도 등을 부려쓰거나 사용하는 것으로, ‘예산을 운용하다’처럼 쓰이는 것으로 나온다. ‘운영’은 그보다 더 넓고 포괄적인 범위의 조직이나 기구를 관리하는 것으로 ‘기업을 운영하다’처럼 쓰는 게 적절하다.
행사가 열린 과천 중앙공무원연수원엔 ‘국정 운용’이라고 적힌 펼침막이 나흘 내내 걸려 있었고, 인수위는 같은 제목의 자료집을 참석자들한테 배포했다. 하지만 교수·박사 등이 넘쳐나는 참석자 수십명 가운데 이런 문제를 지적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이를 두고 이명박 당선인과 인수위가 영어교육에 ‘몰입’해, 정작 우리말을 소홀히 여기는 한 단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경숙 인수위원장은 “‘오렌지’가 아니라 ‘오린쥐’”라며 영어 표기법을 고칠 것을 주장해 논란을 빚었다.
이 당선인도 지난해 6월 국립현충원 방문록에 “번영된 조국 건설에 모든 것을 받치겠읍니다”라고 ‘바치겠습니다’를 잘못 썼다가, 소설가 이외수씨한테서 “한글도 제대로 쓸 줄 모르는 분”이라는 얘기를 들은 바 있다.
한 국어학자는 “단어 하나 잘못 쓴 걸로 꼬투리 잡기는 그렇지만, 인수위가 영어 교육에 쏟는 관심에 비춰보면 모든 일의 바탕인 국어를 지나치게 홀대하는 느낌을 주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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