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서있는 이)가 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민주노동당 등 야당 의석으로 찾아가 한승수 총리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에 협조해 줄 것을 부탁하고 있다. 김종수 기자 ongsoo@hani.co.kr
‘한 총리 인준’ 표결 연기로 새정부 구성 차질 불가피
민주, ‘남주홍·박은경 등 조처-총리 인준’ 사실상 연계
민주, ‘남주홍·박은경 등 조처-총리 인준’ 사실상 연계
통합민주당이 26일로 예정돼 있던 한승수 총리 후보자에 대한 동의 표결을 29일로 늦춤에 따라 이명박 정부 구성을 위한 인준·청문회 정국의 향배가 극히 불투명해졌다. 29일 본회의가 다시 열려도 반드시 처리된다는 보장이 없는 터라 정국은 당분간 혼미 상태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날 동의안 처리가 무산되면서 새 정부의 조각 일정은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26일 동의안이 통과되면 27일 총리를 임명하는 등 조각 수순을 차례로 밟을 예정이었지만, 29일 이후로 미뤄졌다. 27~28일에는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국회 청문회가 예정돼 있다.
한 총리 임명 동의안의 처리 여부는 남주홍 통일부 장관 후보자, 박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결단’ 여부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이날 의총을 두 차례나 여는 진통을 겪어가며 동의안 처리를 연기한 것은 이 두 후보자 임명 방침을 청와대가 자진 철회하라는 ‘침묵시위’의 성격이 짙다. 우상호 대변인은 이날 밤 의총이 끝난 뒤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의 요구는 간단하다. 남주홍, 박은경 두 후보자를 청와대에서 자진해서 정리하라는 것이다”라며 “29일 총리 임명 동의안 처리 여부는 전적으로 거기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끊임없이 새로운 의혹이 불거져 나오고 있는 두 후보자를, 청와대가 알아서 정리하는 ‘성의’를 보이면 한 총리 임명 동의안을 처리해줄 수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 총리 임명 동의안을 부결시킬 수도 있다는 강경 기조인 것이다. 당직을 맡고 있는 민주당의 또다른 의원은 “청와대가 두 후보자를 그대로 두면, 우리로서도 한 총리 임명 동의안을 부결시킬 명분이 생긴다”고 했다. 두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이 거세게 제기되고 있는 만큼 총리 인준 부결이라는 ‘강수’를 둬도 승산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으로서도 두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을 거부한데다, 총리 인준안 투표까지 연기하는 강수를 연달아 두면서 “발목잡기가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비판 여론에 직면하는 게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손학규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 등에서 ‘자유투표’ 방침을 제시하며 사실상 총리 인준안을 통과시키자는 뜻을 비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두 차례 의총에서는 결국 한 후보자에 관한 여러 의문점이 풀리지 않고 있고, 특히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여러가지 새로운 의혹이 날마다 불거지는 마당에 그런 장관들을 임명 제청한 총리부터 인준해주는 것은 논리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맞지 않다며 표결 자체를 늦추자는 의견이 우세해지면서, 투표 연기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틀의 ‘말미’를 얻은 처지가 된 청와대는 매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민주당의 요구대로 남주홍·박은경 내정자를 바꿀 경우, 정권 출범 초부터 힘겨루기에서 밀리는 양상으로 비칠 수밖에 없고, 비슷한 흠결이 없는 다른 후보들을 급하게 찾아내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문제 장관 후보자들을 경질하자는 주장도 제기되고는 있으나, 장관 후보 인선과 검증을 직접 담당한 인사들이 더욱 더 두 후보자의 지명 철회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일단 민주당의 행태를 “발목잡기”로 규정하면서, 장관 후보자들의 인사청문 상황을 지켜보면 대응방침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강희철 권태호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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