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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뉴스분석] ‘정당정치 경선 실종사건’

등록 2008-03-02 19:50수정 2008-03-02 22:26

한나라당의 서울 한 지역구의 공천 결과에 반대하는 당원들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 앞에서 “도덕성 시비가 일고 있는 인사의 공천을 철회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장철규 기자 <A href="mailto:chang21@hani.co.kr">chang21@hani.co.kr</A>
한나라당의 서울 한 지역구의 공천 결과에 반대하는 당원들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 앞에서 “도덕성 시비가 일고 있는 인사의 공천을 철회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나는 일관되게 상향식 공천 방식을 지지했기에 현역 의원의 기득권을 포기했다. 비록 낙선했지만 정당민주주의 및 공천의 민주적 과정에 역사적인 기여를 해 보람이 있다.”

2004년 2월8일 열린우리당의 서울 강서을 경선에서 현역이었던 김성호 의원이 노현송 후보에게 패배한 뒤 했던 낙선사례의 한 대목이다. 당시 열린우리당은 83곳에서 경선을 했다. 곳곳에서 치열한 대결이 벌어졌다. 중량급 인사가 정치 신인에게 나가 떨어지는 이변이 속출했다. 동원경선 논란, 선거인단을 확보하기 위한 변칙 시비가 일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론 유권자들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

“시간 없어…” “동원 논란…”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이나

이런 저런 이유 대며

상향식 공천 포기

한나라당에서도 16곳에서 경선을 했다. 3월6일 경기 고양 덕양을 경선에선 당료 출신 김용수 지구당위원장이 현역인 이근진 의원을 누르고 후보를 따냈다. 이근진 의원도 결과에 승복했다.

각 정당에서 당 총재가 행사하던 국회의원 후보 공천권을 당원이나 유권자들에게 나눠주기 시작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다. 2002년 새천년민주당에서 노무현 후보가 국민참여 경선으로 흥행에 성공한 덕분이었다. 정당정치의 발전이었고, 민주주의의 심화였다. 이명박-박근혜가 격돌한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까지 이런 흐름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그런데, 올 4·9 총선을 앞두고 ‘그 재미있는’ 경선이 갑자기 사라졌다.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회는 지난 28일 경선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심사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정종복 의원은 “시간이 없다”고 이유를 댔다. 경쟁지역으로 선포한 뒤 여론조사 경선을 하는 방식도 하지 않겠다고 했다. 공천심사위원회가 그냥 100% 공천권을 행사하겠다는 얘기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경선 불복을 금하고 있을 뿐, 공천심사 탈락자의 출마는 막을 수 없다. 정종복 의원은 “그래도 할 수 없다”고 했다. 이런 결정의 배경에는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하는 사람이 다른 정당 후보나 무소속으로 출마해도 당선되기 어려울 것이란 자신감이 깔려 있다.

통합민주당도 사실상 ‘경선’을 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지난 22일 ‘제18대 국회의원선거 후보자 추천규정’을 만들면서 ‘여론조사 경선’이란 규정을 신설했다. 국민여론조사로 경선을 치르겠다는 것이다. 여론조사 경선을 하면 떨어진 사람은 출마를 할 수 없다. 여론조사 경선에 대해,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은 “여론조사가 폐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전면적으로 실시하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경합이 치열한 몇 군데만 여론조사로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경선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통합민주당에서 경선을 사실상 없앤 이유는 두 가지다. 동원경선 논란, 그리고 당원명부 부실이다.

‘계단’ 오르는 데는

시간 걸리고 힘 들지만

굴러 떨어지기는 순식간…

정치가 후퇴하고 있다

갑자기 왜 이렇게 됐을까?

각 정당이 경선을 포기한 데는 다 그럴만한 사정이 있다. 통합민주당의 한 고참 당직자는 익명을 전제로 이렇게 말했다.

“경선에 대해 회의론이 일기 시작한 것은 대통합민주신당의 경선이었다. 정동영-손학규-이해찬 세 사람이 맞붙었지만 ‘동원’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경선은 문제가 있다는 분위기가 확산됐다.”

그렇다고 공천권을 당원과 국민들에게 나눠주는 ‘상향식 공천 제도’ 자체를 포기한 것은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란 지적이 많다. 계단을 오르는 데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 힘이 들지만, 굴러 떨어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우리나라 정치는 후퇴하고 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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