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민주당 박상천 대표가 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정당사상 처음 있는 일
민주당 공천심사위원회가 공천 신청자들에 대한 깐깐한 면접심사로 연일 현역과 중진 의원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는 가운데 당 공동대표인 박상천 대표도 열외가 되지 못했다.
정당 대표가 공천을 받기 위해 당 공심위 면접에 임한 것은 한국 정당사에 있어 초유의 일이다.
전남 고흥.보성에 공천을 신청한 박상천 대표는 3일 오후 3시40분부터 56분까지 16분간 당산동 당사 소회의실에서 공심위원들로부터 질문 세례를 받고 진땀을 뺐다. 공천 신청자들에 대한 통상적인 면접 소요시간이 10분 안팎이었던 것에 비하면 오히려 시간이 더 길었던 것.
당 대표에 대한 예우는 대기시간 없이 곧바로 면접장에 입장하도록 하고 공심위원들이 앉는 원형 테이블에 함께 앉을 수 있도록 한 것 정도였다.
첫 질문은 최근 박재승 공심위원장이 방송 인터뷰를 통해 당 간판급 인사들의 수도권 출마론을 꺼낸 것을 박 대표측이 적극 반박한 것과 관련, `박 위원장을 비판한 이유가 뭔지 설명해달라'는 것이었다.
박 대표는 "후보선정을 위해 면접을 하는 것은 공심위의 합법적 권한이고 나 역시 예외가 될 수 없기 때문에 당연히 참석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왔다"고 운을 뗀 뒤 "하지만 당 대표가 어디로 출마하느냐 하는 문제는 총선전략인 데 선거전략과 관련된 문제를 귀띔도 없이 언론에 얘기한 것에 대해서 지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박 위원장은 "그런 얘기를 구체적으로 한 적은 없다"면서 자신이 방송 인터뷰에서 원칙론을 밝혔을 뿐 특정인의 이름을 거론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박 대표는 "왜 고흥.보성에 출마하려 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내가 국회의원을 쉬는 동안 고흥.여수간 연륙.연도교 사업 등 많은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으니 마무리를 해달라는 고향사람들의 요청이 있다"며 "또 중앙당에서 총선 역할을 분담하면서 손학규 대표는 수도권, 나는 호남에서 총선을 지원하는 게 낫다는 참모들간에 의견교환이 있었다"고 답변했다.
공심위원들은 또 "한나라당은 경제개발을 들고 나왔는 데 민주당은 뭘 갖고 총선을 치를 생각이냐"며 총선 전략을 물었고 박 대표는 "한나라당이 소외계층 보호를 선거공약에서는 내세우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돈 잘 버는 사람은 더욱 잘 벌고, 못 버는 사람은 계속 못 버는 양극화 사회에서 소외계층 보호를 위한 정책대안을 내 더불어 잘 사는 사회를 만들자고 내세우겠다"고 말했다.
긴장된 분위기에서 진행된 면접이 15분을 넘어서자 일부 공심위원들이 "너무 길어지면 언론이 여러 추측을 할 수 있으니까 그만 끝내는 게 좋겠다"고 말했고, 박 대표가 "더 물어볼 것이 있으면 물어봐달라. 소신껏 답변하겠다"고 응수, 가벼운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면접을 마친 후 박 위원장은 광주고 1년 선배인 박 대표를 승강기 앞까지 배웅하는 예의를 갖췄다., 박 대표는 면접 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심사에 대한 부담보다는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눈다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와 관련, 박경철 공심위 간사는 브리핑을 통해 "당 대표에 대한 예우차원에서 순위에서 약간 배려한 것 말고는 다른 신청자와 같은 절차를 거쳤다"며 "아마 한국정당 역사에서 당 대표가 공천후보자 면접심사를 받은 경우는 처음이라고 생각되고 이런 모습 자체가 쇄신에 공감하는 당 전체의 물줄기가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맹찬형 기자 mangels@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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