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고진화 의원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운하 반대 천만인 서명운동’을 제안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공천탈락 친박 의원들 반대운동 가세
‘정부-시민단체’ → ‘한나라-반한나라’ 전선 이동
한나라 전면대응 자제 · 운하이슈 최대한 피하려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가 4·9총선에서 한나라당의 발목을 잡는 ‘복병’으로 떠오를 조짐이 보이고 있다. 민주당·창조한국당을 비롯해 한나라당을 탈당한 무소속 출마자들이 일제히 운하 건설을 반대한다는 뜻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독주를 막자는 ‘견제론’에 ‘반한나라=반운하’의 구체적인 프레임을 입혀, 선거를 이끌어갈 동력으로 삼겠다는 계산이다. 한나라당은 이런 전략에 말려들까 우려하면서 전면 대응을 자제하고 최대한 운하 이슈를 회피하려 하고 있다.
■ ‘효자상품’에서 ‘애물단지’로=지난 2006년 서울시장직에서 물러난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행보를 시작할 당시만 해도, 운하는 이 대통령을 ‘일 잘하는 참신한 정치인’으로 국민들에게 각인시키는 효과적인 홍보 수단이었다. 이 대통령은 경부운하를 전라권까지 포함시켜 ‘한반도 대운하’로 몸집을 불렸다.
하지만 이듬해 경선이 본격화되면서 운하는 흠집이 나기 시작했다. 홍준표 의원은 “배가 독극물을 싣고가다 운하에 빠뜨리면 온 국민은 생수를 사먹어야 한다”고 공격했다. 박근혜 전 대표 쪽은 이 대통령 쪽 주장과 달리 운하가 경제성이 없다는 점을 집중 부각시켰다. 이에 이 대통령 쪽은 운하 건설 필요의 강조점을 물류에서 관광·레저로 옮겼다. 이후 ‘이명박계’의 좌장격인 이재오 전 최고위원은 자전거를 타고 운하 예정지를 누비며 “하천 정비를 하기 위해선 운하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이 전 최고위원은 경부운하의 핵심 지역인 문경새재에서 출판기념회를 열며 자신의 이미지를 ‘운하맨’으로 굳혀갔다.
하지만 곧 운하는 역풍에 부닥쳤다. 환경훼손·경제적 타당성에 대한 문제가 계속 제기되면서, 당도 ‘거리 조절’에 나섰다.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구체성이 떨어진다”, “국민 여론을 충분히 수렴해 결정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하기 시작했다. 반대 여론이 확산되면서, 이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에도, 대통령에 취임한 뒤에도 운하에 관한 언급을 삼갔다. 지난달 25일 취임사에서도 운하 얘기는 빠졌다. 결국 한나라당은 이번 총선 공약에서 한반도 운하를 제외시켰다.
■ 반한나라=운하반대=그동안 운하 논란이 ‘운하를 찬성하는 정부-반대하는 시민단체’의 구도였다면, 이제는 찬반이 ‘한나라당-반한나라당’이란 전선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지역구(서울 은평을)에 출마한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가 신호탄을 터뜨렸고, 공천 심사에서 떨어진 ‘박근혜계’ 의원들, 고진화 의원 등이 운하 반대 운동에 가세했다. ‘박근혜계’의 좌장격인 김무성 의원은 “무소속연대를 추진중인 ‘친박’ 의원들이 공동으로 대운하 반대 공약을 내세우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그동안 경선 때 운하반대 입장을 취했기 때문에 명분에도 맞을 뿐더러, 운하에 대한 반감을 갖고 있는 국민들의 정서에도 호소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운하 건설의 선봉장으로 나섰던 이재오 전 최고위원은 정치권의 이러한 움직임이 얼마나 파괴력이 있을지 가늠하는 기준점이 됐다. 문국현 대표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높은 지지율을 얻자, 이 전 최고위원 쪽도 다급한 분위기다. 은평뉴타운 등 지역 개발 현안을 챙기는 일꾼의 이미지를 부각키는데 골몰하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운하 반대 운동을 펼쳐왔던 환경시민단체 쪽은 일단 정치권의 운하 반대 흐름에 대해선 반가워하고 있다. 그러나 운하가 정략적으로만 활용되지 않을까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생태지평연구소 명호 연구원은 “총선이란 특수 국면에서 진심으로 운하 건설을 저지하자는 것인지, 아니면 여론에 편승해 자신의 정치 활동을 재개해보려는 의도인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정부-시민단체’ → ‘한나라-반한나라’ 전선 이동
한나라 전면대응 자제 · 운하이슈 최대한 피하려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가 4·9총선에서 한나라당의 발목을 잡는 ‘복병’으로 떠오를 조짐이 보이고 있다. 민주당·창조한국당을 비롯해 한나라당을 탈당한 무소속 출마자들이 일제히 운하 건설을 반대한다는 뜻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독주를 막자는 ‘견제론’에 ‘반한나라=반운하’의 구체적인 프레임을 입혀, 선거를 이끌어갈 동력으로 삼겠다는 계산이다. 한나라당은 이런 전략에 말려들까 우려하면서 전면 대응을 자제하고 최대한 운하 이슈를 회피하려 하고 있다.
한반도 대운하 여론 추이
■ 반한나라=운하반대=그동안 운하 논란이 ‘운하를 찬성하는 정부-반대하는 시민단체’의 구도였다면, 이제는 찬반이 ‘한나라당-반한나라당’이란 전선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지역구(서울 은평을)에 출마한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가 신호탄을 터뜨렸고, 공천 심사에서 떨어진 ‘박근혜계’ 의원들, 고진화 의원 등이 운하 반대 운동에 가세했다. ‘박근혜계’의 좌장격인 김무성 의원은 “무소속연대를 추진중인 ‘친박’ 의원들이 공동으로 대운하 반대 공약을 내세우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그동안 경선 때 운하반대 입장을 취했기 때문에 명분에도 맞을 뿐더러, 운하에 대한 반감을 갖고 있는 국민들의 정서에도 호소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운하 건설의 선봉장으로 나섰던 이재오 전 최고위원은 정치권의 이러한 움직임이 얼마나 파괴력이 있을지 가늠하는 기준점이 됐다. 문국현 대표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높은 지지율을 얻자, 이 전 최고위원 쪽도 다급한 분위기다. 은평뉴타운 등 지역 개발 현안을 챙기는 일꾼의 이미지를 부각키는데 골몰하고 있다고 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18일 서울 동숭동 경실련 사무실에서 한반도 대운하 건설에 반대하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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