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4·19총선 ④후보 남편들 ‘외조경쟁’
선거전은 후보 혼자 치르는 게 아니다. 특히 4·9 총선에선 여성 후보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면서, 후보 남편들의 ‘외조’ 경쟁도 치열하다.
1년 동안 쓸 수 있는 휴가를 모두 끌어모아 아내를 돕고 있는 ‘휴가 활용형’이 가장 적극적인 사례다. 김현미 통합민주당 후보(경기 고양일산서)의 남편은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27일 이후 회사에 휴가를 내고 김 후보를 돕고 있다. 하루에 명함을 400~600장씩 돌리는 것은 기본이고, 식당이나 시장 등지에서 유권자들이 김 의원에게 술잔을 건네면 대신 받아 마시는 ‘술상무’ 역할도 하고 있다. 그는 “아내가 여성 정치인으로서 누구보다 잘 해낼 것으로 확신한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17대 국회에 입성한 뒤 결혼한 김희정 한나라당 후보(부산 연제) 남편 권기석씨도 휴가를 냈다. 김 의원이 예비후보 때 훑었던 지역 내 경로당 105곳을 찾아 “김희정 의원 남편입니다. 잘 부탁합니다”라며 큰절을 하면, 노인 유권자들은 “4년전엔 혼자 운동했는데, 결혼하더니 남편도 오네”라며 반긴다고 한다.
‘따로 또 같이’ 전략을 쓰는 후보 남편도 있다. 진수희 한나라당 후보(서울 성동갑)의 남편인 김재원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출근길 인사 때 말고는 진 후보와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별도의 일정을 짠다. 진 의원이 먼저 재래시장, 경로당, 복지관 등을 찾아 인사를 하고 나면, 김 교수는 다음날 찾아가 “진 의원은 제 아내지만 지역 발전을 위해 당차게 일할 사람”이라며 지지를 호소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여론조사 결과가 박빙으로 나오면서 “수업은 보강해도 되지만 선거는 지면 끝”이라며 학교 수업 말고는 모든 시간을 진 의원의 선거운동에 쏟아붓는다고 한다.
한명숙 민주당 후보(경기 고양일산동)의 남편인 박성준 성공회대 교수는 지난 주말부터 아내와 함께 유세장을 돌고 있다. 한 후보 쪽은 “지역구 특성상 대형 할인점에 자주 가야 하는데, 부부가 같이 장을 보면서 유권자들에게 한 표를 부탁하는 자연스러운 선거 운동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조혜정 이지은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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